안정 재원 굳어지면 차기 정권도 철폐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가 미국 정부의 곳간을 빠르게 채워나가고 있다. 법인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세수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관세 정책을 되돌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의 관세 수입은 872억 달러에 달했다. 지난달 미국의 관세 수입만 266억 달러로, 예년의 4배 수준에 달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기본 세율 10%가 적용된 상호 관세 항목에서 177억 달러 이상, 자동차 등 특별 분야별 고율 관세에서 107억 달러 이상을 거둬들였다고 추산했다.
예일대 산하 예산정책연구소는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이 13일 기준 20.6%로, 1910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8월 1일부로 무역 상대국에 대해 상호관세를 부과할 예정인 만큼 실효세율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돈이 우리나라로 들어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지난달 추가 관세가 2035년까지 2조8000억 달러의 재정 적자를 줄이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는 전체 세수 총액 67조5000억 달러의 4%에 해당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미국 세수에서 관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기준 2.8%였다. 영국은 0.7%, 프랑스는 0.006%, 중국은 2.7%였다. 세계은행 집계에서 해당 비율이 5% 이상인 선진국은 없다. 경제 대국으로는 이례적인 세수 구조다.
문제는 관세가 안정 재원으로 굳어지면서 정권이 바뀐 뒤에도 이를 철폐하거나 인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CBO는 세수 전망에서 2035년까지 소득세가 36조8000억 달러, 급여세 22조 달러, 법인세 4조7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중에서 2조8000억 달러에 달하는 관세를 폐지하는 것은 단순 계산으로 법인세율을 3분의 1수준으로 낮추는 것과 같은 재정적 충격을 의미한다.
정권 교체 이후에도 관세가 유지된 전례가 이미 존재하기도 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8년 이후 발동한 대중국 추가 관세가 대표적이다.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광범위한 품목을 대상으로 했다. 이후 조 바이든 전 정부는 애초 철폐를 논의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대로 계승했다. 중국에 불공정한 무역 관행 시정을 요구하고 안보를 고려한 공급망 재편도 추진했다. 전기차, 철강, 반도체 등 핵심 전략 품목에 대해서는 세율을 더 끌어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