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매각 앞두고 신뢰도 타격, 기업 가치 악영향

SGI서울보증(서울보증)이 상장 후 첫 대형 악재를 맞았다. 전산 마비 사태로 기업공개(IPO) 이후 쌓아온 시장 신뢰와 기업가치에 균열이 생겼다는 평가다. 특히 서울보증의 보증보험시장 독과점 구조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됐다. 이번 사고는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에 나선 직후 발생해 향후 민영화 로드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GI서울보증은 17일 시스템 장애를 복구해 주요 업무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전세대출 보증, 휴대폰 할부 보증 등 실생활 금융 서비스도 정상 운영 중이다. 금융보안원 등과 합동 조사 결과 랜섬웨어 공격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확인됐다.
혼란은 일단락 됐지만, 깊은 상처가 남았다. 금융권에서는 서울보증의 보증보험 시장 의존적 구조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서울보증에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정부는 회수 안정성을 이유로 신규 인가를 제한했는데 그 결과 국내 보증보험 시장은 사실상 서울보증의 독과점 체제로 굳어졌다. 이에 따라 이번처럼 단일 기관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체 수단이 부재하다는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국내 유일의 전업 보증보험사인 서울보증은 전체 보증시장 기준 점유율 2위(약 24%)이며 민간 부문 기준으로는 점유율이 50%를 웃돈다. 이 같은 지위는 지난 3월 IPO 당시에도 기업가치의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제시되기도 했다.
민간 손해보험사들은 ‘보증보험 다원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시장 개방을 요구해왔다. 공정거래위원회도 2019년 “서울보증이 일부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서울보증은 전세보증·건설보증·계약보증 등 영역별로 경쟁 업체가 80곳 이상 존재한다며 독과점 구조를 부인해 왔다.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보증보험을 경쟁 체제로 전환할 경우 민간 보험사들이 수익성 중심으로 무리한 보증 확대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반면 금융권에선 서울보증의 수익성 악화가 결국 공적자금 회수 지연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부가 시장 개방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서울보증에 과도하게 의존된 시장 구조의 위험성을 보여줬다”며 “보증 사고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예보의 지분 매각 일정과도 맞물리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예보는 지난 9일 서울보증 지분 매각을 위한 주관사 입찰 공고를 냈다. 보유 지분 83.85% 중 33.85%를 내년 3월 보호예수 해제 이후 매각할 계획이다. 예보는 2027년 말까지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 청산을 마무리해야 하며 그 이전에 서울보증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전산 장애는 예보의 지분 매각 전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서울보증 주가는 전산 마비가 발생한 14일 0.99% 밀려났고, 장애가 지속 된 15일에는 4.79% 추가 하락했다. 다만 고배당 기대감에 외국인 ‘사자’가 이어지며 이후에는 이틀 연속 반등에 성공했다.
예보는 이번 사태와 무관하게 기존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매각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 직후 발생한 예외적 상황이지만 기존 민영화 로드맵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면서 “매각주관사 선정 이후 시장 여건을 고려해 구체적 매각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며, 서울보증의 보안·내부통제 이슈는 계속 보완해나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