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시대, 나쁜 것만은 아니다···“유연한 거주·새 투자 기회” [전세의 월세화, 주거 패러다임 바뀐다 ④]

입력 2025-07-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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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급증 속 ‘유연한 주거’ 수요 확대
보증금 리스크 줄고 글로벌 자본 유입 활발

주택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월세의 증가를 부정적으로만은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월세가 최근 증가하는 1인 가구에게 ‘유연한 주거’를 위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한 국내 주택산업 측면에서도 기업형 민간 임대가 늘어나는 등 구조적 변화에 적합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4일 본지가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도 주거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1인 가구 비중은 2018년 29.3%에서 2023년 35.5%로 증가했으며 이중 45%는 월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가(30%), 전세(19%), 무상(6%)을 크게 앞지르는 규모다.

1인 가구의 거주 전용면적은 40㎡ 이하가 42.8%로 가장 많았고 40~60㎡(27.5%), 60~85㎡(21.2%), 85㎡ 이상(8.4%)으로 나타나 소형 주택 중심의 수요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늘어나는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집을 자산 축적의 대상으로만 인식하기보다는 거주 목적과 생활 편의에 따라 탄력적으로 이전·선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피스텔, 원룸 등 월세 계약에서는 계약 기간을 1년으로 정하는 등 기간을 보통 2년으로 잡는 전세보다 짧은 경우가 많다. 세입자가 필요할 때마다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직장 이동, 생활여건 변화에 맞춰 신속하게 이사할 수 있다는 점도 월세의 장점으로 꼽힌다.

또 세입자 입장에서 보증금에 당장 큰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현금 운용에서 자유도가 높아 진다. 실제로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서울 노원구 지역의 상계주공12단지는 지난 달 초 49㎡(9층) 전세는 보증금 2억6000만 원에, 같은 평형(10층) 월세는 보증금 3000만 원에 월 100만 원으로 거래됐다.

월세는 보증금 규모가 전세 대비 작기 때문에 임대인으로부터 떼일 위험이 적어 2021~2022년 집중적으로 불거진 전세사기로부터 자유롭다는 특징도 있다. 특히 빌라의 경우 집주인에게 전세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목돈을 맡기는 전세보다 월세 계약을 원하는 수요가 많아졌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 IAU 교수)은 “독일이나 일본 등 해외 임대차 시장에서는 보증금이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순수 월세라고 해도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100만 원’을 받는 식이지만, 해외에서는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100만 원’ 식으로 보증금이 매우 낮거나 수리비 명목에 그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우리나라도 순수 월세로 간다면 전세 사기 등 보증금 관련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증금을 많이 잡아두게 되면 그 돈으로 주식, 코인 등을 통해 자금을 굴릴 수 있는 여력이 사라지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월세로 가는 방향성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너무 빠르게 월세화가 진행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반전세 등 완충지대는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세는 임대인 입장에서도 장점이 있다. 특히 금리 하락기인 현재 전세 보증금을 받아 자산을 운용하기보다 안정적으로 매달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이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내리는 등 저금리 기조가 강해지며 전세보다는 월세 선호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임대인이 전세 보증금을 굴려 얻을 수 있는 이자 수익이 줄기 때문이다. 예금이나 금융상품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보증금 같은 일시금보다는 매달 꾸준히 월세를 받는 것이 더 안정적인 수익 확보 수단이 되는 셈이다.

실제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5월 기준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63.1%인데, 수도권이 61.6%, 비수도권이 66.1%로 지방이 더 높았다. 집값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큰 지방에서는 임대인들이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매달 현금이 들어오는 월세 계약을 맺어 수익을 내려고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월세 시장이 커지면 기업형 민간임대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대형 자산운용사 등 다양한 주체의 투자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즉 해외처럼 한국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주택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전체 임대주택의 60% 가량을 민간 기업이 관리하고 있다. 일본의 주요 임대주택 기업으로는 ‘다이토 트러스트’, ‘세키스이 하우스’, ‘다이와하우스’ 등이 꼽힌다. 독일 또한 ‘보노비아’ 등 민간 부동산 기업이 임대주택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국내 월세 시장 또한 확대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임대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 3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국내 부동산 운영사와 협력해 길동, 독산동, 안암동 지역 오피스텔 350여 실을 매입하면서 임대주택 시장에 뛰어들었다. 세계 3대 부동산 투자기업 중 하나인 미국계 디벨로퍼 하인즈 또한 서울 신촌 일대 100여 실의 오피스텔을 매입하면서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해외 투자자들이 월세 시장을 통해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투자 지표가 될 수 있다”면서 “투자 시장에서는 임대주택이 새로운 투자 자산으로 인식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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