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불균형 해소 대신 단기 성과 집중
동맹국 관세 폭격과 대조…내부 잡음도
“일본은 예고한대로 25% 관세 적용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강경 기조를 누그러뜨리고 실익 중심의 무역 접근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과 무역합의 성사를 위해 중국에 대한 대립적인 태도를 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대중 무역적자와 그로 인한 일자리 손실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강경 발언을 이어왔지만, 전날에는 “중국과 매우 우호적인 방식으로 싸울 것”이라며 유화적 태도를 보였다.
기조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이번 주 엔비디아가 중국에 저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H20’을 다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결정을 꼽을 수 있다. 이는 그동안 복수의 고위 당국자들이 협상 대상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던 사안으로, 핵심 기술의 유출을 막겠다는 기존 방침을 뒤집은 것이다.
미국이 다음 달 12일 예정된 대중국 관세 인상 조치를 유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소식통은 “대중국 145% 관세율 적용이 3개월 더 유예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도 이와 관련해 “기한은 유동적”이라며 연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분위기가 바뀐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의 근본적 해결보다는 단기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1기 때와 비슷하게 중국이 특정 미국산 상품과 서비스를 일정 물량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는 무역 적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를 일정 부분 달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벌어진 무역 격차를 해소하는 데에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유럽이나 멕시코 등 다른 무역 파트너들에 가차 없는 관세로 위협해온 태도와는 분명히 대비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세 서한에 예고한 대로 내달 1일부터 일본에 25%의 관세율을 적용하게 될 것 같다”면서 “인도와는 무역합의에 매우 근접했고 유럽연합(EU)과도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온건한 접근은 측근과 일부 행정부 인사들 사이에서 잡음을 낳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 인사 중 일부는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길 원하며 수출 통제를 무역 협상용으로 쓰지 않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희토류 광물을 무기화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해도 몇몇 미국 정부 인사와 동맹국들은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보수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데릭 시저스 중국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타결되더라도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며 “올해 미국의 무역적자는 이미 상당히 증가했고 새로운 예산안은 4분기에 수입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게 되면 중국을 포함한 모든 베팅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