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도 예외 없다⋯'가계대출 옥죄기'

저축은행업권이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수익성 악화’와 ‘건전성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고금리 개인대출을 중심으로 수익 기반을 유지해왔지만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로 성장 여력은 줄고 연체율 상승 등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국 저축은행이 취급한 총 여신 중 가계대출 비중은 올해 4월 기준 42.63%로 지난해 같은 달 38.74% 대비 3.89%포인트(p) 증가했다.
가계대출 잔액도 증가했다. 저축은행의 올해 4월 기준 총 여신 규모는 95조6715억 원이다. 지난해(100조 5984억 원)보다 4조9269억 원 감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지난해 38조9745억 원에서 올해 40조7830억 원으로 1조8085억 원 늘었다. 기업대출은 6조8100억 원 줄었다.
이는 최근 2~3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가 이어지면서 저축은행들이 기업대출 건전성 관리에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부동산 PF 부실 문제는 진행형이다. 경ㆍ공매를 통해 부실을 정리하고 있지만 속도는 더디다. 저축은행들의 신용등급도 줄줄이 하향 조정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6ㆍ27 대출 규제’는 하반기 수익성 방어에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대출 총량을 절반으로 축소하는 규제가 치명적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2월 은행권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1~2%, 상호금융 2% 후반대, 저축은행은 4%, 지방은행은 5~6%대로 설정한 바 있다. 6·27 대책으로 저축은행을 비롯한 각 금융권은 이보다 50% 감축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권에 하반기 가계대출 목표치 '50% 감축안'을 새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달 11일 시중은행에 이어 15일 저축은행이 제출하고 있지만 준비 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마감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출된 안을 토대로 개별 저축은행과 실무자 간 협의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며 "올 상반기 가계대출 목표치를 초과한 일부 저축은행에 대해선 초과분을 반영해 하반기 감축분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업계는 정부 가계대출 규제로 수익성은 물론 연체율 관리도 까다로워질 것으로 우려했다. 2금융권 대출 총량이 줄면서 중·저신용도 등 금융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연체율을 계산할 때 현재 가지고 있는 대출 자산(전체 여신)이 분모가 된다"며 "가계대출 규제로 분모가 유지되거나 감소하면 연체율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연체율 관리에 집중하게 되면 중·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6·27 대책으로 인해 기존에 세웠던 수신 목표, 여신 운용에 대한 전략 자체를 전면적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대출 규제가 사실상 집값을 잡기 위해 시작한 것인데 사실 저축은행은 금리가 높다 보니 주택담보대출만 받으려고 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부동산에 아주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규제대상이 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금감원은 저축은행 업권에 연말까지 연체율을 5~6% 수준으로 낮추라고 주문했다. 지난 1분기 기준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9%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