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미 수출 주력 산업인 자동차, 반도체 등에서의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 허용을 비롯해 쌀 구매 확대, 유전자변형(LMO) 감자 수입 허용, 사과 등 과일 검역 완화 등을 협상 카드로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4일 브리핑에서 "통상 협상에서 농산물 부문이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며 "농산물 분야에서도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미국의 강한 압력 속에서 일부 농산물을 희생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15일 소고기 수입 제한 완화 검토설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며 정부의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고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농식품부는 국민의 건강과 농업의 피해 최소화를 강조하며 원칙적으로 수입 제한 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30개월령 이상 소고기는 광우병(BSE) 위험성 논란으로 2008년 대규모 촛불시위를 촉발했던 민감한 사안이라 소비자 불안도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우리나라는 30개월 미만 미국산 소고기만 허용하고 있으며, 쌀은 513% 관세와 함께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으로 일부를 저관세로 수입하고 있다. LMO 감자는 농촌진흥청의 최근 적합 판정으로 수입 가능성이 커졌고, 사과는 미국과 검역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타결되지 않았다.
농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성명을 통해 "농축산업의 희생을 전제로 한 협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국산 소고기 수입 확대를 강행하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농업을 희생시키려 한다면 제2의 광우병 촛불시위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농축산물 개방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며, "추가 개방은 농업의 완전한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농산물 시장 개방이 관세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향후 협상 과정에서 정부와 농업계 간 갈등과 논란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