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가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의 부산 분관 유치를 위한 시민 의견 수렴에 나섰지만, 정작 지역 문화예술계와 시민사회는 "요식 행정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는 15일 오후 남구청 대강당에서 '이기대 예술공원 조성과 퐁피두센터 부산 건립 시민 설명회'를 열고 사업 추진 배경과 향후 계획을 시민들에게 설명할 예정이다. 이날 설명회는 홍보 영상 상영과 명소화 전략 발표,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된다.
부산시는 이번 설명회 외에도 지난 3월부터 문화예술계 인사와 전문가를 대상으로 ‘문화경청’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의견을 수렴해왔다고 강조했다.
조유장 부산시 문화국장은 "부산이 글로벌 문화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세계와의 활발한 문화교류가 필수적"이라며 "퐁피두센터 부산은 이기대 예술공원과 함께 그 도약의 전략적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렴된 시민 의견은 정책에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의 설명회에 대해 문화예술계와 시민사회는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보여주기식 절차만 밟는 것"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퐁피두미술관 분관 유치 반대 부산시민사회문화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공론화 요구는 무시한 채 일방적인 설명회를 강행하고 있다"며 "이는 진정한 의견 수렴이 아닌 요식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시가 퐁피두센터 유치 과정에서 범한 과오에 대해 시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려면, 지금이라도 전면 공론화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지역 대학교수 225명도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밀실 협약으로 퐁피두 분관 유치를 추진한 박형준 시장은 즉각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부산시민과 함께 지역 대학의 집단 지성을 모아 박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운동까지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퐁피두센터 유치가 △지방 재정의 과도한 부담 △공공미술정책의 정체성 훼손 △지역 예술계와의 소통 단절 등을 우려하면서, "시민 동의 없는 일방적 문화개발은 퇴행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퐁피두센터 유치 논란은 단순한 문화시설 유치 차원을 넘어 △행정의 투명성 △시민 참여 절차 △문화정책의 철학 부재 등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사업 결정 과정에서의 정보 비공개와 소통 부족, 연간 수백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예산 부담 등이 불신을 키우고 있다.
부산시는 "시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시민사회와 문화계가 요구하는 '공론화 기구 구성' 등 근본적 참여 구조 없이 계속 사업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