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기본법 제26조의2는 국세부과권의 제척기간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통상의 경우 신고한 국세에 오류가 있는 경우에는 부과할 수 있는 날(통상의 경우 신고기한의 다음날)로부터 5년 안에 과세해야 하고, 무신고인 경우에는 7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국세를 포탈한 경우에는 10년(역외거래는 15년)을 적용한다. 상속·증여세는 일반세목과는 조금 다른데, 기본 제척기간이 10년, 무신고나 부정행위로 포탈, 금융자산누락·가공채무신고 등의 거짓 또는 누락신고인 경우에는 15년을 적용한다.
게다가 과세관청이 상속 또는 증여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 부과할 수 있도록 제한없이 국세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상속·증여재산가액이 50억 원으로서 제3자 명의재산, 국외재산, 금융자산, 유가증권·서화, 피상속인 사후에 계약이 이행되어 상속인이 취득하는 재산 등이 그것이다. 세법규정으로도 꽤 촘촘하게 과세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 최태원·노소영 부부의 이혼소송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두 사람 부친 간의 자금거래에 대하여 어떠한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하여 과세할 수 있을까? 몇 가지 가능성을 제기해본다.
현재 쟁점이 되는 것은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 1991~1992년께에 300억 원의 자금이 SK(당시 최종현 선대회장, 1998년 별세) 쪽으로 흘러갔고 해당 자금의 성격을 뭐로 볼 것인가이다. 최태원·노소영 부부의 이혼소송 2심에서는 이를 노 전 대통령이 최 선대회장에게 ‘증여’한 것으로 보고 판결을 했다. 이 경우에는 증여재산 50억 원 이상으로서 금융자산 성격이므로 과세관청이 해당증여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1년 내에 부과할 수 있는데, 해당 ‘증여’는 1991~1992년 사이에 이루어졌고 관련 법률은 2000년부터 적용하도록 개정되었기 때문에 소급과세여서 과세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상기 자금거래가 노 전 대통령이 최 선대회장에게 ‘대여’한 것으로 법원판결이 나는 경우에는 좀 달라진다. 노 전 대통령은 2021년 사망했고 대여채권이라면 상속재산에 포함되어야 하고 제척기간 내이므로 상속세가 부과될 수 있다. 이외에도 특별법 개정을 통한 과세도 추진 중이지만 소급입법을 통한 기본권 침해문제 등 몇 가지 법적문제가 있어서 난관이 예상된다. 이렇듯 세금부과에 있어서 국세부과제척기간은 절차의 한 조각일 수 있지만, 관련 법률이 언제, 어떻게, 어떠한 내용으로 규정되는지에 따라 국민에게 조세정의에 대한 효능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고 불공정한 감정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유용호 세무법인 진원 대표세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