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ㆍ자동차 노조, 총파업 예고
생산 차질ㆍ수출 위축 등 경고등

한국 제조업이 안팎의 충격에 휘청이고 있다. 노사 갈등 격화로 인한 대규모 파업과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부활이라는 이중고가 국내 제조업의 뿌리를 뒤흔들고 있다. 철강,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업종 전반에서 생산 차질과 수출 위축이 본격화되며 한국 산업 기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15일 산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11일 올해 첫 3시간 부분 파업에 이어 16~17일 연속 부분 파업, 18일 총파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노사는 올해 들어 12차례 상견례를 가졌으나 여전히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HD현대삼호중공업, HD현대미포조선, 한화오션, 케이조선 등 5개 주요 조선사 노조가 모두 파업권을 확보하면서 호황 속 대규모 파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슈퍼사이클이라 불리는 업황 호조에도 노동자들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로 인해 전방산업과 후방 부품업체까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제철 노사는 이달 중 상견례를 시작으로 2025년 임단협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9월부터 교섭을 시작했으나 성과금 문제 등으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올해 초까지 파업과 직장폐쇄, 파업 철회와 재개를 반복했다. 현대제철은 2월 노사 분규로 냉연 부문에서만 약 27만 톤의 생산 중단을 겪었으며 이로 인한 손실액은 약 25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회사는 1분기 영업손실 190억 원을 기록하며 2분기 연속 적자에 빠졌다.

자동차 산업도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 GM 한국사업장(한국지엠)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88.2%의 찬성률로 파업권을 확보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조업에서의 근로손실일수는 25만8580일로 전체(45만6863일)의 57%를 차지하며 노동시장 불안을 반영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도 국내 산업계를 정면으로 강타하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한국산 제품에 25% 상호관세가 부과되면서 수출량 급감은 불가피해졌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의 60.3%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보면 배터리는 84.6%, 자동차·부품은 81.3%, 반도체는 69.6%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가 0.5% 감소하고 자동차 부문만 해도 0.3%포인트(p)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노사 갈등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라는 이중 충격 속에서 기업들은 경쟁력 약화와 투자 지연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와 산업계의 근본적인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국내 제조기업들은 대미 수출뿐만 아니라 국내 파업의 영향까지 더해져 경영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