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인적분할"…하나마이크론 주주 반발
분할비율·현물출자 논란…파마리서치도 철회
상법개정에 삼양·삼성바이오 순항할지 주목

파마리서치가 추진하던 인적분할 계획을 철회하면서, 자본시장에서 인적분할 리스크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상법 개정안 통과로 주주가치가 더욱 강조되자, 인적분할을 추진 중인 다른 상장사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마이크론은 오는 1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인적분할 안건을 표결에 부친다. 하나마이크론은 지주사인 하나반도체홀딩스를 존속회사로, 반도체 패키징 등 본업을 담당하는 하나마이크론을 신설회사로 두는 인적분할을 올 초부터 추진해 왔다. 분할 비율은 존속회사 32.5%, 신설회사 67.5%로 설정됐다. 기존 주주는 이 비율대로 두 회사의 주식을 나눠 갖게 된다.
하나마이크론은 주총에 앞서 지난 10일 투자자 설명회를 열고 인적분할 이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환원 정책을 제시했다. 내년부터는 존속회사와 신설회사가 각각 잉여현금흐름(FCFF) 기준 30%와 5% 이상을 배당하는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존속회사는 2026년부터 3년간 최대주주가 배당을 받지 않고, 일반 주주에게 전액 배분하는 차등배당 정책도 시행할 예정이다. 또 분할합병 시 발생하는 자사주 약 210만 주(7.14%)는 지주사 전환 이후 전량 소각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처럼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제시한 것은 인적분할을 둘러싼 주주 반발을 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적분할은 물적분할과 달리 기존 주주가 신설법인의 주식을 동일 지분율로 배분받는 구조라 주주가치 훼손이 적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하나마이크론 기존 주주들은 “이 또한 무늬만 인적분할”이라며, 실질적으로는 지배주주에게 유리하게 짜인 구조라고 반발하고 있다.
핵심 논란은 현물출자 유상증자 방식에 있다. 이 방식은 기업이 신주를 발행하고, 주주는 현금 대신 주식·부동산 등 자산을 출자해 신주를 받는 구조다. 지주회사로 전환될 하나반도체홀딩스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보유 요건(30%)을 충족하기 위해,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하나마이크론 주식을 공개매수하고 그 대가로 홀딩스 신주를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주들은 “대주주가 현금 한 푼 없이 지배력을 강화하는 구조”라며, 주주가치 희석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또 알짜 사업을 넘겨받은 신설회사의 주가는 오르고 지주회사 주가는 내려가는 경우가 많은 만큼, 기존 주주들이 받게 될 지주회사 지분의 가치도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슷한 구조로 논란을 빚은 파마리서치 역시 결국 인적분할을 철회했다. 이 회사는 주요 사업부문인 리쥬란을 신설회사로 넘기는 인적분할을 추진했는데, 이들이 정한 분할 비율과 현물출자 유상증자 계획이 ‘대주주 지배력 강화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후 주가가 급락하고 기관투자자까지 반대 의사를 밝히자, 파마리서치는 8일 공식적으로 분할 계획을 철회했다.
최근 통과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인적분할 과정에서 지배주주가 이익을 얻고 소수주주가 손해를 입는 구조가 확인될 경우, 이사의 의무 위반과 법적 책임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인적분할을 준비 중인 삼양홀딩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움직임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삼양홀딩스는 바이오 사업부문을 떼어내 신설법인 ‘삼양바이오팜’을 세우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맡을 ‘삼성에피스홀딩스’ 설립을 추진 중이다. 두 회사 모두 “사업 효율화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분할”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분할비율의 적정성, 이후 증자나 현물출자 방식 등 구조적 공정성을 두고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증권사 투자은행(IB) 부문 관계자는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얼마나 기존 투자자들의 반발을 거센지 정도가 관건이 될 것”며 “과거에는 인적분할이 주주친화적인 선택으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그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주주 이익이 보호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