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는 '4대 중독' 규정해 논란 확대
첨단 산업 육성 위해 인식 괴리 해소를

게임 산업을 국가 핵심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 기조와 달리 현장에서는 여전히 게임을 ‘사행성’으로 낙인찍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게임을 일탈이 아닌 산업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일부 지방정부는 여전히 구시대적 인식을 드러내며 정책 엇박자를 낳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일자리재단은 최근 ‘주 4.5일제 시범사업 참여기업 모집’ 공고에서 도박·유흥 등 사행성 업종과 함께 게임업종을 지원 제외 대상으로 명시했다. 재단 측은 도박성이 있는 일부 게임을 염두에 둔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게임 산업 전반을 사행 산업으로 보는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같은 사례는 반복되고 있다. 성남시중독관리지원센터가 주관한 인공지능(AI) 기반 콘텐츠 공모전에서도 게임을 알코올, 약물, 도박과 함께 ‘4대 중독’으로 규정해 논란을 키웠다.
게임업계는 게임 질병코드 도입 여부를 산업 존폐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공식 분류해 국제표준질병분류(ICD) 11판에 반영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국무조정실 주도로 민관협의체를 꾸려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등재 여부를 논의 중이다. 등재가 확정될 경우, 2027년 개정안 고시와 시범 적용을 거쳐 2031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게임산업은 청년 일자리 창출, 한류 수출 확산, 4차 산업혁명 기술 개발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업계는 게임 질병코드 도입 시 산업 전체에 ‘질병’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히고, 법적 규제 강화로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게임 산업은 2023년 한 해 동안 84억 달러(약 11조5500억 원)를 벌어들이며 국내 콘텐츠 수출의 62.9%를 차지했다. 이는 K팝 등 음악 산업(7%)의 8배를 웃도는 규모다.
정부가 게임을 첨단산업·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정책과 현장의 인식 괴리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게임을 노골적으로 유해 프레임으로 보는 위험한 편견”이라며 “바로잡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정부 기조의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일관된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게임 규제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e스포츠 경기장 방문 당시에는 “우리가 게임 산업에서 앞서 있었지만 보수 정부의 무지막지한 탄압으로 위축됐다”며 “박근혜 정부가 게임 중독을 마약 중독처럼 규제하는 바람에 중국에 추월당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아직도 인식이 부족해서 게임을 일탈로 보는 인식이 남아 있다”며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게임을 중독처럼 취급하지 않는 게 중요하고 지원은 그다음”이라며 사회적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콘텐츠 수출과 청년 고용 창출 등 뚜렷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게임 산업이 여전히 주요 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는 경제 성장 동력은 물론 ADHD·당뇨병 등 질환 치료에 활용되는 디지털 치료제(DTx) 등으로 산업 영역을 넓히며 사회적 가치 창출 산업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