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이방인이 본 국회

입력 2025-07-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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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정치경제부 기자
▲유진의 정치경제부 기자
한국 땅에서 산지도 약 20년. 기자 생활하면서 정치부 일을 처음 해봤다. 한국 정치의 모습은 낯설고도 맵다. 떠나온 북한과는 전혀 다를 줄 알았던 이 땅의 의회와 정치 지도자들은 다른 게 무엇인가. ‘자유민주주의’ ‘정치적 다양성’ ‘상호 견제와 균형’을 배웠지만, 그 말은 종종 거창한 구호일 뿐이다. 실상은 상대 진영을 향한 끝없는 의심과 혐오, 정치적 생존을 위한 언어 폭탄만이 남았다.

언제부턴가 정치인들의 머릿속에서 국민은 사라졌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친윤, 친명' 등과 같이 '내 편'과 '네 편'이다. 이방인 출신의 시선에는 이 말이 더 무섭게 다가온다. 북한 정권이 유지되는 가장 큰 힘이 바로 철저한 '내 편, 네 편' 구분과 그에 따른 혐오와 배제이기 때문이다.

정쟁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정쟁은 ‘문제 해결을 위한 논쟁’이 아니라 ‘상대를 주저앉히기 위한 말장난’에 가깝게 느껴진다. 나라 살림을 어떻게 펴나갈지, 청년들이 왜 희망이 없는지, 양극화를 어떻게 완화할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은 안 보인다.

수도 없이 들은 정치인의 말 중 ‘국민과 약속한다’는 문구가 가장 공허하게 다가온다. 대통령이 바뀌면 약속이 뒤집히고, 당 지도부가 바뀌면 기조도 뒤집힌다. 이방인으로서 이 땅에 와 가장 놀라운 것은 ‘권력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이었다. 그러나 권력을 바꿔놓는다고 구조가 바뀌는 건 아니다. 국민에게 사과는 넘쳐나지만, 잘못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다.

최근의 국회를 보자. 진정성이 묻어나는 순간은 드물다. 민생은 구호 속에만 있고, 모든 뉴스의 첫 머리는 정치권의 ‘말싸움’으로만 채워진다.

북한 체제와 달리 이 땅에는 민주주의가 있기에 스스로 바로잡을 힘도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알아서 굴러간다’라는 안일한 믿음은 국민의 삶을 인질로 잡는 정치에 면죄부를 준다.

이방인으로서도, 기자로서도 아직 이 땅의 가능성을 믿고 싶다. 그 희망은 거대담론에서가 아니라 작은 실천과 책임에서 온다. 끝까지 서로에게 돌을 던지며 무너지기 전에 정치인들은 국민 앞에 먼저 돌아보길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도 걱정되긴 마찬가지 인가 보다. 9일 종교계 지도자들과의 오찬에서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분열적이고 대립적이고, 갈등이 많이 격화돼 있어 참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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