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사례 없어⋯전문가 반신반의
“수요 적지만 도입 땐 안전망 구축해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내부 경제 공부 모임에서 ‘주택지분 공유제’가 언급되면서 관련 내용이 부동산 대책 후속조치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주택지분 공유제는 공공-민간이 아닌 민간 간 지분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기존 정책들과 차별점이 있지만, 100% 소유를 원하는 부동산 투자 심리를 고려할 때 시행되더라도 활성화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에서 열린 ‘경제는 민주당’ 정책 강연에서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을 주제로 특강하며 주택지분 공유제를 언급했다. 이날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해 60여 명의 의원이 참석한 만큼 논의 내용이 추후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 가계가 미국, 일본 등 주요국보다 금융자산 비중이 작다는 점에서 출발한 주택지분 공유제는 전세금을 돌려줄 만한 여력이 없는 임대인이 임차인과 자율 계약을 통해 주택 지분을 나눠 갖는 게 골자다. 지분을 공유한 임차인은 안정적인 거주권과 향후 해당 주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매수청구권)을 받을 수 있다. 임대인은 양도세 감면, 종부세 완화 등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양측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특히 6·27 부동산 대책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받는 전세퇴거자금대출 한도가 최대 1억 원으로 줄어들면서 이 제도가 대안이 될지 시선이 쏠린다. 자금력이 달리는 집주인에 대출을 대신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집의 지분을 나눠 간접적인 공급 확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광수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주택지분 공유제는 니즈가 있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계약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 정부가 계약을 보장만 해주면 되는 제도”라며 “집값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강제하는 제도도 아니기 때문에 제도 시행에 걸림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주택 지분을 공유하는 건 세계적으로 봐도 전례 없는 제도이기 때문에 실현을 위해선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에서는 공공 또는 금융이 참여하는 주택지분 공유제도나 관련 논의는 있었지만 민간 간 지분을 나눠 갖는 방식은 없었다.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소유권 전부를 갖길 원하는 부동산 투자 심리를 고려할 때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임대인은 보통 소유권의 100%를 갖는 걸 선호하고, 임차인도 지분 공유보다는 차라리 임대료를 낮춰 저축이나 개별적으로 투자하기를 원할 것”이라며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도 투자자들이 절대적으로 많은 금액을 투자하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부동산은 다른 투자 수단과 달리 지분 공유에 대한 전반적인 니즈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도 “정부와 지분을 나누는 형태의 제도도 실패한 사례가 많기 때문에 민간 간 지분 공유에 대한 선호가 높진 않을 것 같다”며 “지분 공유는 임대인에게 최후의 수단일 것으로 보여 제도가 정착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사례가 없는 제도인 만큼 도입 땐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그동안 없던 제도라 도입하더라도 지분에 따른 세금 납부, 관련 법 등 여러 부분을 다 바꿔야 할 것”이라며 “개인 간 사적인 거래 성격이기 때문에 지분 공유 과정에서 갈등도 상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임대부 등 공공과 함께 소유하는 주택 정책이 실패한 사례를 볼 때 정책을 도입하더라도 여러 안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