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현대차 8451억, 기아 4674억 관세비용 추산
3분기 영업익도 하락 불가피…현대차 -19%, 기아 -1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에 달하는 상호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발표하면서 한국 자동차 업계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자동차 등 품목관세 대상에 상호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도 국내 완성차 업계의 부담을 덜어줬다. 하지만 일시적인 유예에 그칠 경우 관세 리스크는 언제든 다시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상호 25% 관세 부과 조치에서 한국산 자동차는 기존과 같은 수준의 관세율(25%)을 유지하게 됐다.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각국별로 차등 책정된 상호관세가 8월 1일부터 부과되더라도 자동차(25%), 철강 및 알루미늄(각 50%) 등에 부과되고 있는 품목별 관세율 위에 더해지지는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당장의 가격 인상과 미국 수출 차질은 피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주요 완성차업체들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당초 우려대로라면 ‘25% 품목별 관세 + 25% 상호 관세’로 최대 50%의 복합 관세가 적용될 수 있었지만 일단 ‘기존 수준 유지’로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관세 인상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고 판매가 줄어드는 ‘이중고’는 면하게 된 셈이다.
다만 부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KB증권은 현대차가 올해 2분기에만 8451억 원 규모의 관세 비용을 인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기간 기아도 4674억 원가량의 관세 부담을 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투자증권도 미국의 고율 관세가 지속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가 연간 2조6000억 원, 2조3000억 원 규모의 추가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북미 매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는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북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관세가 인상되지 않더라도 현재 수준만 유지되더라도 상당한 수익성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차·기아는 미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높아 관세부과에 따른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하다”며 “여기에 전기차 중심으로 판매인센티브가 상승 추세이며 내수시장 침체 및 환율변동 등 수익성 하방압력이 존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3조612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59% 줄어들고 기아도 3조825억 원으로 15.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3분기에는 양사 모두 영업이익 3조 원을 밑돌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현대차는 전년 대비 19.16%, 기아는 10.37% 영업익 감소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유예 조치로 일단 한숨 돌리긴 했지만 장기적인 관세 부담은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며 “현지 생산 확대, 수출선 다변화 등 중장기 전략 없이는 언제든 리스크가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