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부터 한국산 전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통보하면서 한국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철강·자동차 등 기존 고율 관세 품목을 넘어 전 산업에 걸쳐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자, 정부는 남은 24일 안에 관세 부과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8일 긴급 관계부처 회의를 소집해 대응책을 점검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 공개 전부터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 외교·통상 라인을 워싱턴에 투입해 백악관과의 고위급 협상 채널을 가동 중이다. 특사 파견과 한미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 방안도 외교 채널을 중심으로 물밑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주재로 '한미 통상 현안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 김진아 외교부 2차관,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참석했다.
김 실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한 달 남짓 한미 통상장관과 안보실장 협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양자 및 다자회의에서 양국 간 호혜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다양한 이슈들을 포괄해 최종 합의까지 도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장 관세율이 인상되는 상황을 피해 7월 말까지 대응 시간을 확보한 만큼 미국과의 협상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해당 서한 내용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현재 한미 관계는 상호 호혜적이지 못하다"며 "2025년 8월 1일부터 한국산 제품 전 품목에 대해 기존 품목별 관세와 별도로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더 높은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우회수출하는 제품이 적발되면 둘 중에 더 높은 관세가 적용될 것"이라면서 "25%라는 수치는 실제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것보다 훨씬 부족한 수치임을 알아달라"고 했다.
압박 수위는 끌어올렸지만, 애초 이달 9일로 예정됐던 관세 발효 시점을 8월 1일로 3주가량 미룬 점에서 전략적 협상의 여지는 남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이 기간을 활용해 미국 측이 요구하는 핵심 사안에 대한 구체적 협상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전략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최우선 목표는 관세율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미 정상 간 조기 회담을 통해 직접 조율에 나서는 방안도 우선 고려중이다.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될 경우, 실무선에서 교착 상태에 빠진 쟁점들이 일괄 타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이미 트럼프 서한 공개 전부터 외교·통상 라인을 조기 가동한 상태다. 위 실장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에 파견돼 백악관과 미 행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연쇄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추가 특사 파견과 한미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도 외교 라인을 중심으로 조율 중이다.
이 과정에서 위 실장은 최근 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관세 문제를 포함한 한미 관계 전반을 논의했고, 양측은 조속한 시일 내 정상회담 개최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했다. 모두발언에서도 관련 사안을 거론하지 않은 것은 남은 협상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실무적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신중한 접근이라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외교·통상 채널을 통해 집중 협의 중인 만큼, 공식 입장 표명은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