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다는 이커머스...온라인 유통 매출 꾸준히 증가

“봄 가을 옷 안 산 지 오래 됐어요.” “야외 테마파크요? 이렇게 더운데 왜 집 밖을 나가나요. 이커머스·배달로 주문하면 되는데 말이죠.”
8일 전국 일부 지역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기는 ‘열폭염’ 현상 이상기후가 현실화 하면서 우리 국민의 소비 동선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봄철 스콜성 폭우에 더해 올 여름 급격하게 치솟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테마파크 업계는 대목인 주말 장사를 공쳐 아우성이다. 대신 소비자들은 날씨 영향을 받지 않은 복합쇼핑몰로 향하고 있다. 뜨거운 불판에서 고기를 굽는 대신 집에서 편하게 배달 서비스나 이커머스를 통해 '불없는 식사'를 즐기는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 집밖을 나가지 않으니 세련되고 비싼 옷을 사기도 꺼려진다. 전문가들은 불황과 소비 침체에 더해 예측불허 날씨가 대한민국 소비를 바꿨다고 진단한다.
테마파크는 요즘처럼 예측 불허인 이상기후에 따른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에버랜드 운영사인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은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70억 원 늘어난 8790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30억 원 줄어든 120억 원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계속된 한파와 우천 등 기후 영향과 식자재 원가 상승 등의 영향이 컸다는 게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의 설명이다. 올해 3월 봄 나들이 시즌 사실상 매 주말마다 비가 오는 날씨가 이어져 에버랜드 방문객은 예년보다 급감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요 관광지점 입장객 통계에 따르면 연도별 에버랜드 입장객은 코로나19 이후 2022년 577만 명, 2023년 588만 명으로 회복하는 듯 했으나 2024년 559만 명으로 다시 줄어들었다. 테마파크업계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한창 야외 활동 수요가 높아지는 올해 5~6월의 경우, 더 빨라진 더위에 갑자기 쏟아지는 스콜성 우천 등 예측불허 날씨가 이어지면서 야외 수요를 기대했던 업계의 당혹감은 말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전했다.
예년보다 더 추운 겨울, 더욱 더워진 여름에 소비자들의 야외 활동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 교수는 “사람들의 야외 활동이 예전보다 확실히 줄고 있다”며 “실내 즐길거리가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이상기후에 소비 패턴 자체가 가까운 소비재에서는 멀어지고, 마음 먹고 해외 장기 휴가와 여행 등을 택하는 소비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패션업계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봄철 간절기 매출이 줄어드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업계 봄철 간절기 의류 패션 판매 실적이 특히 저조했는데, 올해 2·3·4월에도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패션‧잡화 상품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9.4%, 4.8%, 8.3% 줄었다.
고물가와 불경기 등 소비 위축 환경에 더해 때 이른 더위로 봄옷 수요가 급감한 여파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전반적인 소비 위축에 업황이 어려운 영향도 있지만, 봄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등 기후가 예년에 비해 확실히 달라졌다”며 “온라인 판매를 통해 유연성을 확보하고 간절기 제품을 줄이는 동시에 소량 생산에 추가 발주 방식으로 공급 전략도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날씨 영향을 받지 않는 복합쇼핑몰의 방문객은 더위에도 아랑곳 없거나 되레 증가하는 추세다. 스타필드 하남의 경우 오후 8시~10시 방문객이 6월 첫째 주(7~8일) 대비 넷째 주(28~29일)에 약 15% 증가했다. 스타필드 운영사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해 시원하고 쾌적한 실내에서 머물려는 수요가 늘면서 방문객 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쿠팡, SSG닷컴, 11번가 등 이커머스와 배달 서비스 플랫폼은 폭염이 되레 즐겁다. 외식 대신 집에서 식사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신선식품과 배달 수요는 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올해 월별 국내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온라인 유통 매출은 월별 10%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5월 온라인 유통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3% 늘었다.
불경기 상황도 폭염 속 이커머스 매출을 높이는 요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경기인 점이 폭염 등 이상기후 영향을 더 극대화하고 있다”며 “궂은 날씨에 소비여력까지 줄다 보니 외식도 꺼리게 되고 밀키트 등 가성비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