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증시는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서한에 주목하면서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422.17포인트(0.94%) 내린 4만4406.36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는 49.37포인트(0.79%) 밀린 6229.98, 나스닥지수는 188.59포인트(0.92%) 떨어진 2만412.52에 각각 거래를 끝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등 14개 무역 상대국을 상대로 8월 1일부터 관세를 부과한다는 서한을 발표하면서 투자 심리가 냉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통보했다. 말레이시아와 카자흐스탄에 25%, 남아프리카공화국에 30%, 라오스와 미얀마에 4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시한을 7월 9일에서 8월 1일로 재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 연기 조치는 서한을 받은 국가와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추가 관세 부과 대상인 모든 국가와 지역에 적용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투자관리회사 존 핸콕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에밀리 롤랜드 수석 투자 전략가는 “시장은 관세 리스크가 정점을 지났다고 생각했지만 관세가 다시 전면에 등장하면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며 “시장이 열광하는 분위기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번 발표가 영구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어느 정도 있다”며 “지금까지는 징벌적 관세를 발표하고 이후 다소 완화하는 패턴이었다. 다음 협상 단계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업종별로는 11개 업종 가운데 필수소비재와 유틸리티를 뺀 9개 업종이 약세를 보였다. 임의소비재, 에너지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95.3%로 반영됐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0.31포인트(1.77%) 상승한 17.79를 나타냈다.
국제유가가 7일(현지시간) 주요 산유국들의 증산 폭 확대에도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보다 0.93달러(1.38%) 상승한 배럴당 67.9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9월물 가격은 전장 대비 1.28달러(1.87%) 뛴 배럴당 69.58달러에 거래를 끝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플러스(+)의 증산 폭 확대에 일시적으로 매도세가 유입됐다. OPEC+회원국은 5일 8월부터 하루 54만8000배럴을 증산하기로 했다. 증산 폭은 5~7월 41만1000배럴에서 확대됐다. 전날 밤 거래에서는 유가가 65달러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UBS는 “여름철 특성상 원유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이며 이번 증산도 무리 없이 소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은 이날 유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이 전날 홍해에서 화물선을 공격해 침몰시켰다는 보도가 나왔다. 후티의 홍해 공격은 올해 처음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중동 정세 악화가 원유 공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지난주 미국 독립기념일 연휴 기간 자동차와 항공 여행 수요가 사상 치대치를 기록하면서 원유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도 유가를 지탱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전날 대아시아 원유 수출가를 4개월 만에 최고치로 인상하면서 유가 상승세를 부추겼다.
유럽증시가 7일(현지시간) 대부분 상승했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37포인트(0.44%) 상승한 543.50에 장을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 DAX30지수는 286.22포인트(1.2%) 상승한 2만4073.67, 프랑스 파리증시 CAC40지수는 27.20포인트(0.35%) 높아진 7723.47로 거래를 마쳤다.
대부분 주요 유럽증시가 상승 마감했지만, 영국 런던증시 FTSE100지수는 16.38포인트(0.19%) 하락한 8806.53으로 장을 마쳤다.
전 세계 투자자들의 눈이 백악관으로 쏠린 하루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시간 8일 오전 1시부터 무역 상대국들에 ‘상호관세’의 세율이 적힌 서한을 순차적으로 보내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상호관세는 다음 달 1일 발효될 예정이다.
유럽증시는 이러한 소식이 발표되기 전에 시장이 마감됐는데, 시장에서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사이의 관세 협상과 관련해 대체로 낙관적인 분위기가 유지됐다.
EU 집행위원회 관계자는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좋은 의견을 나눴다”면서 “9일까지 모든 수준에서 합의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올로프 길 무역담당 대변인 역시 “9일까지 최종 마무리는 힘들겠지만, 미국과 최소한의 원칙적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앞으로 48시간 동안 여러 차례의 관세 관련 발표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순차적으로 발송하기 시작한 관세 통보 서한이 반드시 최후통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영국 증시가 하락 마감한 것은 글로벌 석유업체인 쉘의 주가가 2.9% 떨어진 영향이 컸다. 쉘은 가스 부문의 거래 부진과 화학 부문에서의 손실로 분기별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은행주와 기술주가 각각 1.61%, 1.33%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
국제금값이 7일(현지시간) 보합세를 보였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 중심인 8월물 금은 전장보다 0.10달러 오른 온스당 3342.8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금값은 달러 강세에 소폭 하락했지만, 관세 경계감에 하락폭은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낸 달러인덱스(DXY)가 전장 대비 0.4% 상승 마감하며 이날 금값은 한때 1% 넘게 하락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상대국들에 ‘상호관세’ 세율이 적힌 서한을 순차적으로 발송하기 시작했다는 소식과 함께 일본과 한국에 25% 관세를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겠다는 발표가 나오며 금값은 초반 하락 폭을 만회하며 낙폭을 줄였다.
독립 금속 트레이더 타이 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한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영향으로 금값이 초반 하락 폭을 만회했다”고 말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은 지난달에도 금 보유량을 늘리며 8개월 연속으로 금 매입 기조를 이어간 것도 금값이 크게 하락하지 않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외환 중개회사인 오안다의 자인 바우다 애널리스트는 “PBOC가 외환보유고를 크게 다각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인플레이션과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금을 매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가상자산 가격은 리플을 제외하고 하락했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한국시간 8일 오전 8시 20분 현재 24시간 전보다 0.95% 하락한 10만8183.1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 가격은 1.18% 내린 2540.59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리플은 0.18% 오른 2.28달러로, 솔라나는 2.16% 떨어진 148.59달러로 각각 거래됐다.
미국 달러화 가치는 7일(현지시간)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35% 오른 97.52를 기록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0.33% 하락한 1.1738달러, 파운드·달러 환율은 0.12% 내린 1.3636달러를 나타냈다. 달러·엔 환율은 0.92% 상승한 145.78엔에 거래됐다.
달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교역 상대국들에 상호관세 세율이 적힌 서한을 순차적으로 보내겠다는 발표가 나오며 상승했다.
통보를 받은 국가들이 미국의 관세 위협을 재차 확인하며 통화가치에 타격을 입었다. 미국의 태평양 동맹 주축인 일본과 한국은 함께 가장 먼저 상호관세 통보를 받았다.
한국과 일본 정상을 수신인으로 지정한 트럼프의 관세 서한엔 다음 달 1일부터 25%의 상호관세를 적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4월 발표했던 관세율 대비 일본은 1%포인트(p) 올랐고 한국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 조치로 대미 관세를 올리면 현재 지정한 25%의 관세보다 더 높은 관세율을 다시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다음 달 1일까진 시한이 남아 있어 약 3주의 기간 동안 추가 협상에 나설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계속되며 환율에도 영향을 지속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관세 정책에 규탄 성명을 낸 신흥국 11개국 연합체 브릭스(BRICs)에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브릭스의 반미 정책에 동조하는 국가에는 예외 없이 10%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럽연합(EU)은 미국과 이미 여러 차례 협상 테이블에 앉아 관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9일은 물론 다음 달 1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도 하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