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벼랑 끝 석화 산업, ‘규제 늪’에서 탈출을

입력 2025-07-0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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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마지막 날, 한 석유화학업체 관계자와 만났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 상황으로 이어지던 대화는 자연스럽게 최근 장관 인선으로 이어졌는데, 관심 있는 부처가 달랐다. 업체 관계자의 관심은 산업을 담당하는 곳이 아닌 규제를 담당하는 부처에 쏠려 있었다. 기업들이 진흥보다 규제에 더 민감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현재 가장 심각한 주력 산업 중 하나는 석유화학산업이다. 말 그대로 벼랑 끝, 풍전등화다.

여수, 울산, 대산 등 국내 주요 산단마다 나프타분해시설(NCC) 통폐합 논의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반복 중이다. 공급과잉, 글로벌 수요 부진, 고정비 부담이 겹치며 업계는 “이대로 가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라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막상 구조조정의 실질적 해법을 논의할 때마다 기업 간 이해관계와 정부의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 ‘구조조정 필요성’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누가 먼저 설비를 줄일 것인가?’ ‘합병 조건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선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 이대로라면 산업 전체가 ‘공멸’의 길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현재 상황은 해법은 알지만, 이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은 형국이다.

핵심은 공정거래법이다. NCC 통합이나 설비 공동운용 등 업계가 진정으로 원하는 구조조정 방식은 현행법상 ‘담합’ 또는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간주할 소지가 크다. 실제로 대산 산단의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 울산의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 등은 설비 통합을 놓고 논의를 이어가지만, 합의가 이뤄져도 공정위 심사에서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여수 산단에서는 롯데케미칼과 LG화학 간 ‘빅딜’이 성사될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지만, 이 역시 정부의 규제 완화 없이는 한계가 뚜렷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급과잉 해소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기업 간 협력이 필수지만, 지금은 모여서 논의조차 쉽지 않다”라고 토로한다.

최근 국회에 발의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이런 한계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동안 업계가 요구해온 지원책이 총망라됐지만,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예외 적용이다. 기존엔 담합으로 간주했던 생산구조 전환, 기업 합병, 설비 통합 등 기업 간 협력 행위를 일부 허용해 구조조정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각 부처도 지원에 나서고 있다. 환경부는 탈탄소·친환경 전환을 위한 규제 완화에 나섰다.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제, 재활용 원료 사용 확대, 바이오납사·e-메탄올 등 청정원료 도입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 탄소포집(CCUS) 인프라 구축 등 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부는 전기요금 감면, 인허가 패스트트랙, 사업재편 인센티브, 지역경제 보호 등 다각적 지원에 나섰다.

현재 상황은 모두가 목적지는 알고 있는 형국이다 .

문제는 ‘속도’와 ‘실행력’이다. 공급과잉, 경쟁력 약화, 글로벌 시장 변화라는 삼중고 속에서 구조조정이 더 늦어지면, 산업 전체가 회복 불능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산업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담합·독과점 등 공정거래법 규제의 한시적 유예, 사업재편 과정에서의 인허가 간소화, 세제·금융 지원 등 전방위적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 물론 기업들도 고부가가치·친환경 신사업 전환, 데이터센터 등 신성장 동력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국 석유화학산업은 여전히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분야다. 하지만 ‘규제의 늪’에 빠져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처치 곤란의 계륵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정부와 기업 모두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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