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하나라던가 분리주의 세력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말은 여러 번 나왔지만, 이번 발언은 마치 군사행동을 해도 침공이라 부를 수는 없다는 의미로 들렸다. 2020년까지 우크라이나 경제장관을 맡았던 티모피 밀로바노프는 소셜미디어에 “중국이 러시아에서 배운 대로 침략 여론을 조성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적었다. 이유는 알 것 같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 해인 2021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의 역사적 통일성에 대하여’라는 장문의 에세이를 발표한다. 그는 우크라이나 돈바스를 러시아가 가져야 하는 이유를 구구절절 풀어놓았다. 특히 “외부 침략 희생자라는 이미지를 악용해 러시아 혐오를 조장하기 바쁘다”고 서방을 비난했다. 돈바스를 차지하는 것이 침략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듬해 돈바스를 점령하던 때도 전쟁 대신 ‘특별군사작전’이라는 단어를 쓰며 침략을 정당화했다.
당시는 러시아 대통령선거를 2년 앞둔 시점이었다.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노리고 있었고 러시아에선 푸틴의 장기 집권과 야권 탄압 등으로 국민적 피로도가 쌓여가던 때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중국은 2년 후인 2027년 중요한 행사들이 열린다. 8월 건군 100주년, 10월 당대회가 열린다. 당대회에선 시진핑 국가주석의 4연임이 결정된다. 시진핑은 이미 연임 제한을 삭제했지만, 불만을 잠재우고 입지를 강화하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서방은 이때를 대만 침공이 유력한 시점으로 점치고 있다. “침공이라 할 수 없다”는 말이 대만을 긴장하게 하고 우크라이나의 트라우마를 건드린 것도 이 때문이다.
관련 뉴스
주 대변인의 말을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저 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필자 물음에 미국외교협회의 제임스 린지 펠로우십 담당 이사는 “오랫동안 대만을 자신들의 일부라고 주장해 왔으니 새로운 입장을 밝힌 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다.
그의 말처럼 성급하게 해석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병사들이 참호전투를 벌일 거로 예측한 사람은 그때 아무도 없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내수부진과 실업 등으로 중국 내 불만이 늘고 있다는 점, 시진핑이 4연임을 노린다는 점, 푸틴도 전쟁 전 비슷한 처지였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