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수출기업 체감경기…관세 파고에 가전·차 직격탄

무역협회 '3분기 수출산업경전망지수 조사' 보고서
美 관세 영향 본격화하며 수출 위축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통상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올해 3분기 국내 수출기업의 체감경기가 소폭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3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3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EBSI)’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EBSI는 96.3으로 3분기 연속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EBSI는 다음 분기 수출 경기에 대한 국내 수출기업들의 전망을 수치화한 지표로, 100보다 작으면 수출 경기 전망이 전 분기보다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미다.

전체 15대 품목 중 10개 품목이 전 분기 대비 수출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가전(52.7)은 3분기 연속 50대에 머물렀다. 미국이 23일 품목 관세 대상인 철강 파생상품에 가전을 추가하며 제품에 포함된 철강에 대해 함량관세율 50%를 적용한 데다, 주요 수출 시장인 북미와 유럽(EU)의 경기 둔화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기존 관세 대상이었던 자동차·자동차부품(56.0)도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며 수출 여건이 좋지 않을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지속 및 3분기 D램 가격 상승이 전망된 반도체(147.1)를 비롯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 수출 확대와 수출 단가 상승에 힘입은 선박(135.5)은 수출 호조세를 지속할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항목별로는 10개 항목 중 △수입규제·통상마찰(67.1) △국제물류(86.8) △수출대상국 경기(87.3) 등 8개 항목이 기준값을 하회했다.

수입규제 및 통상마찰 항목은 관세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2분기(45.4)보다는 소폭 상승했으나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품목 관세가 발효 중인 가전(6.4),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50.0)은 물론, 추가 관세 가능성이 제기된 반도체(51.6)에서 관련 우려가 크게 나타났다.

수출 애로요인으로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 대비 둔화되면서 ‘수출대상국의 경기부진(15.0%·복수응답)’이 가장 많이 꼽혔고, ‘환율 변동성 확대(14.7%)’, ‘원재료 가격 상승(14.2%)’, ‘수출 대상국의 수입규제(12.7%)’ 등이 뒤를 이었다.

양지원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주요국 경기둔화까지 맞물리며 우리 수출기업의 체감경기가 얼어붙고 있다”며 “가전·자동차 등 관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품목뿐 아니라 반도체 등 전략 품목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과 시장 다변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