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글로벌 최저한세서 빠진다⋯트럼프 압박에 굴복

입력 2025-06-2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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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미국 면제 합의…OECD서 논의해 확정 예정
미 ‘복수세 철회’와 맞교환…“정치 타협적 성격”
100여 년 만의 조세개혁 무력화 우려 고조
한국 기업, 한층 더 역차별 받을 위기

▲사진은 에마뉘엘 마크롱(왼쪽부터) 프랑스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16일 캐나다 앨버타주의 휴양도시 캐내내스키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캐내내스키스(캐나다)/AFP연합뉴스)
▲사진은 에마뉘엘 마크롱(왼쪽부터) 프랑스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16일 캐나다 앨버타주의 휴양도시 캐내내스키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캐내내스키스(캐나다)/AFP연합뉴스)

주요 7개국(G7)이 28일(현지시간)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추진한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에서 미국을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조세 정의가 후퇴하고 형평성 문제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G7 의장국인 캐나다는 이날 성명에서 “미국 기업들이 자국에서 이미 납부하고 있는 세금을 고려해 최저한세 일부를 면제해주는 ‘병렬 해법’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또 “G7은 모든 국가의 조세 주권을 보장하는 건설적인 대화를 포함해 국제 조세 체계를 안정시키기 위한 추가 진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라고 설명했다.

FT는 이 조치는 G7 회원국들이 주도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향후 몇 주 내로 논의될 예정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앞서 OECD는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 시절인 2021년 미국과 한국을 포함해 137개국의 합의를 이끌어 내며 글로벌 최저한세 체제를 마련했다. 다국적 기업의 세금 회피 방지를 위해 본사 소재지와 상관없이 최소 15%의 세율을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애플·메타·아마존 등 미국 IT 기업들이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 행정명령을 통해 글로벌 최저한세가 자국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이를 저지하기 위해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에 미국 기업에 불공정한 세금을 부과하는 국가 기업·개인에 추가 세율을 물리는 ‘복수세’를 포함했다.

이에 G7의 이번 합의는 트럼프의 보복세 위협을 피하려는 정치적 타협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G7 성명 발표 직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보복 조항을 법안에서 삭제하도록 의회에 요청하겠다”면서 “이는 OECD 조세 협정의 변경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라고 말했다. 또 “이 개정으로 미국 기업들은 향후 10년간 외국 정부에 납부할 세금 약 1000억 달러(약 136조 원)를 절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자 100여 년 만의 가장 큰 국제 조세 개혁으로 평가받던 글로벌 최저한세 합의가 무력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국제기업과세개혁독립위원회 의장은 “정부들이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중소기업·자국민·세계 시민들의 이익보다 우선시하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지금 같은 시기에 가장 강력한 경제 주체들에 과세하지 않고 공공 수입을 포기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금정의네트워크의 마커스 마인저 정책국장은 이번 G7의 합의에 대해 “성급한 굴복으로 글로벌 최저한세 합의에 사실상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미국은 자신을 예외로 만들기 위해 다른 나라를 강압하고 있으며 이는 조세 협정을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라며 “미국이라는 거대한 구멍이 뚫린 배는 뜰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세무 전문 매체인 택스애널리스트의 로버트 굴더 기고편집자 겸 변호사는 “미 재무부에서는 하이파이브를 하며 축하하고 있을 것”이라며 “미국 입장에서는 완승”이라고 평했다.

최저한세에서 미국이 제외되면 한국 기업은 한층 더 역차별을 받게 된다. 한국은 2022년 12월 세계 최초로 글로벌 최저한세를 입법화해 지난해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해외에 적극 진출해 있는 우리 대기업들이 같은 조건에서 미국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낼 수밖에 없어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삼성은 지난해 글로벌 최저한세로 약 4300억 원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OECD 측은 이번 G7 합의로 인해 다른 국가들이 글로벌 최저한세에서 이탈하거나 미국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마날 코윈 OECD 조세정책·행정센터 국장은 “오히려 그간 보복 위협 때문에 조세 협정의 진전이 정체돼 있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면서 “미국의 조세 체계가 ‘느슨하다’는 시각도 반드시 사실은 아니며, 미국은 여러 측면에서 더 엄격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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