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 기업 수가 늘어나면서 기업 상하향배율이 3년 만에 다시 반등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침체의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았던 업종의 사업 환경이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신용도 상향 조정은 주로 조선, 해운, 기계, 방산 업종에서 이뤄졌다. 석유화학, 건설, 배터리, 유통 산업의 신용도에는 먹구름이 여전했다. 재무 역량이 떨어진 이들 기업은 이재명 신정부 출범에 따른 경기부양 기대감도 통하지 않고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본지가 국내 신용평가 3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의 상반기 정기평가를 분석한 결과 신용등급 및 전망이 상향된 기업은 총 98곳으로 집계됐다. 반면, 하향 기업은 103곳을 기록했다. 신용등급 상하향배율은 0.95배로, 지난해 0.57배보다 상승하며 1배에 가까워졌다. 상하향배율이 1배를 넘었다는 것은 신용등급이 올라간 기업이 내려간 기업보다 더 많음을 의미한다. 상하향배율은 2022년 말 1.6배를 기록한 뒤 줄곧 하향 우위 흐름을 보여왔다. 올해도 여전히 하향 기업 수가 더 많지만, 상향 기업수가 늘어나며 전반적으로 상승 우위에 접어들고 있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매년 상반기 실적과 최근 3년간의 사업보고서 등을 고려해 정기적으로 기업 신용등급을 평가한다. 평가 시 기업의 재무상태, 수익성, 산업 업황, 미래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신용도를 매긴다. 신용도 상승은 주로 AA등급 중심으로 이뤄졌다. 방산(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현대로템·한국항공우주), 전력·IT(엘지씨엔에스, 엘에스일렉트릭) 외에도 DB손해보험, 현대글로비스의 신용도가 올랐다. 재무구조가 우수했던 기업이 업황 훈풍을 타고 성장 체력을 동시에 키운 모습이다. 신용도가 다소 낮은 대기업 중에서는 두산(BBB→BBB+), 대한항공(A-→A), 한진(BBB+→A-)이 신용도 상향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신용도가 하락은 석유화학, 건설 등의 업종에 집중됐다. 에스케이어드밴스드, 에스케이스페셜티, 에스케이아이이테크놀로지, 에스케이지오센트릭 등이 신용도 하향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게임 업종인 컴투스, 엔씨소프트의 신용등급도 하락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해소되지 못한 건설사, 신탁사들도 신용평가사들의 칼날에 스러졌다. 롯데건설은 ‘부정적’ 신용등급 전망을 달고도 2년 6개월을 버텼지만, 결국 ‘A’ 등급으로 내려왔다. 코리아신탁, 한국자산신탁, 대신자산신탁 등의 신탁사들의 신용도도 강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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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국내 대기업을 향한 칼날도 매서웠다. 철강 공급과잉, 이차전지 사업 손실에 따른 차입금 부담이 높은 포스코 그룹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지난 3월 포스코홀딩스,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신용등급 전망을 일제히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포스코홀딩스의 상각전영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비율이 대규모 자본투자 지출(Capex)로 1.5배를 넘었다"고 지적하며 “그룹의 핵심 사업인 철강 부문의 영업 환경은 여전히 어렵고 이차전지 소재 사업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리튬 가격 약세 등으로 인해 적자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