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초강력 대출 규제를 꺼내 든 데 이어, 이번에는 규제지역 확대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미 금융 규제가 시행된 만큼 이제는 공급 확대 등 실질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7일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며 “필요하다면 규제지역 추가 지정 등 시장 안정 조치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근본 해법인 공급 확대 대신 추가 규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대출 규제 외에 유력한 대책으로는 규제지역 확대가 거론된다. 규제지역은 과열 수준에 따라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나뉜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에서 50%로 낮아지고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 및 청약 제한 등을 받는다. 투기과열지구는 대출 규제뿐 아니라 재건축·청약 요건이 강화되며, LTV가 40%로 더 줄어든다. 토허구역은 일정 금액 이상 주택 거래 시 실거주 의무가 부과돼 갭투자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일각에서는 마포, 성동, 영등포, 양천 등 한강변 주요 지역을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에서 규제지역으로 묶인 곳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뿐이다. 그러나 최근 성동구(0.99%), 마포구(0.98%) 등에서 서울 평균(0.43%)을 크게 웃도는 아파트값 상승률이 나타나면서 규제지역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풍선 효과’가 우려되는 수도권 일부 지역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6월 4주 기준 과천(0.49%), 분당(0.67%)의 상승률은 경기 평균(0.05%)을 크게 웃돌면서 서울 못지않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언제 나올지 확정할 수 없지만 만약 연내 이런 지역 규제 조치가 현실화되면 2023년 1월 해제 이후 규제지역이 다시 확대되는 셈이다. 당시 정부는 거래 절벽과 경기 위축을 이유로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으며 과천·광명·성남·하남 등 수도권 일부 지역도 같은 조치를 받았다. 이로 인해 서울은 대부분 규제에서 풀렸고 대출과 세제 규제도 완화됐다.
그러나 규제지역 지정이 투기 수요 억제보다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가로막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특히 최근 부동산 시장은 실거주 목적의 구매와 투기성 수요가 혼재된 복합 양상을 보이고 있어 일률적인 지역 규제가 시장 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섣부른 규제 확대로 매물이 잠기게 되면 주거 비용은 더 증가하고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은 멀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지역 규제보다는 공급 확대 등 실질적인 수요 분산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미 금융 규제를 강하게 시행한 만큼, 곧바로 지역 규제까지 병행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제는 공급과 관련된 정책이 나올 시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는 만큼, 이제는 공공임대나 공공분양 같은 공급정책이 먼저 나와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