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염, 남 일이 아니다…한국도 무더위 예열 중? [이슈크래커]

입력 2025-06-2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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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에서 폭염 주의보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 시민이 음료를 마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에서 폭염 주의보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 시민이 음료를 마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곳곳이 이례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예년보다 10도 이상 온도가 올라가는 기록적인 상황이 펼쳐졌는데요. 체감기온은 무려 50도에 달하면서 인명 피해까지 속출하고 있습니다.

아직 6월 초여름인데도 기온이 들끓는 데엔 이유가 있습니다. '열돔(Heat Dome)'이 지표면을 뜨겁게 달구고 있기 때문인데요. 열돔은 말 그대로 둥근 돔 형태의 열막을 말합니다. 고기압에 의해 열돔이 형성되면 뜨거운 공기와 습기가 그 안에 갇히면서 지표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게 됩니다.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열기가 식지 않아 열대야까지 지속될 수 있죠.

그런데 이 열돔 현상, 미국만의 일일까요?

▲미 기상청(NWS)이 발표한 '극한 더위' 경계 메시지. (사진제공=NWS/연합뉴스)
▲미 기상청(NWS)이 발표한 '극한 더위' 경계 메시지. (사진제공=NWS/연합뉴스)

초여름부터 지구가 끓는다…이례적 더위, 이유는

미 기상청(NWS)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오후 1시 30분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의 기온은 37.2도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는 2012년 7월 18일 이래 13년 만에 가장 높은 온도인데요. 뉴욕 퀸스에 위치한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은 같은 날 38.9도를 기록하면서 6월 기준 기상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을 경신했죠.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워싱턴DC 등 대도시가 몰려 있는 다른 동부 연안 지역도 이날 최고기온 40도에 육박하거나 이를 웃도는 폭염이 지속됐는데요. 미 기상청은 이들 대도시 지역을 포함해 미국 동부 연안 약 3분의 1 지역에 폭염 경보 및 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이밖에 인디애나주 북부 및 오하이오주 북서부 등 미국 중서부 일대에도 폭염 경보가 발령됐죠. 동부 지역 주요 대도시들은 밤에도 최저 기온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지속될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했습니다.

이 폭염 경보에 영향을 받는 인구는 1억6000만여 명. 온열질환은 물론 인명 피해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세인트루이스 인근에서는 낮 최고기온 38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 55세 여성이 사흘 이상 물과 냉방장치 없이 지내다가 자택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고요. 뉴저지주 패터슨에서는 전날 체감 온도가 41.7도로 치솟은 가운데 2개 고등학교의 야외 졸업식 행사에서 16명이 쓰러져 응급실로 옮겨지고, 150여 명이 온열질환으로 진료를 받았습니다.

미 기상청은 25일부터 기록적인 폭염 영향에서 서서히 벗어나면서 27일부터 6월 평년 기온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더위는 이번이 끝이 아닙니다. 미 기상청 기후예측센터(WPC)는 미국 전역에서 올해 여름이 평년보다 더울 것으로 예상했죠.

이번 무더위의 주요 요인은 지난 주말 미 중서부를 중심으로 형성된 열돔이 동부 지역으로 이동했기 때문인데요.

열돔 현상 자체가 이례적인 건 아닙니다. 미국 남부, 남서부에서는 여름철이면 열돔이 종종 발생하는데요. 다만 초여름인 6월, 동부 지역에 형성돼 폭염을 유발하는 건 보기 드문 일입니다.

앞서 유럽에서도 지난주 고기압의 영향으로 이른 폭염이 찾아왔는데요. 영국에서는 30도 중반에 이르는 이례적인 고온 현상으로 잉글랜드 전역에 황색 폭염 경보가 발령됐습니다. 65세 이상 고령자와 심장·폐 질환자의 건강 위험 증가가 이유였죠. 이 지역의 평년 기온은 12도입니다. 이외에도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곳곳이 초여름부터 들끓었죠. 중국 베이징도 이달 들어서 낮 최고기온이 40도 이상까지 치솟는 등 폭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3일 서울 마포대교 아래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서울 마포대교 아래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무더위, 한국도 덮친다…"폭염 일수 길고 기온도 높을 듯"

데이비드 로빈슨 러트거스대 지리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전례 없는 폭염과 관련해 "온난화가 모든 것의 원인"이라며 "최고기온 자체보다는 얼마나 오래 더위가 지속되고 열기가 넓게 퍼지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열돔 현상의 핵심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대규모 고기압이 오랜 기간 한 지역을 뒤덮으면서 뜨거운 공기를 가두고,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더위를 유발하게 되는데요. 이 현상은 단순히 하루 최고기온이 높아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일~수주간 지속적으로 더위가 이어지게 하는 데다가 넓은 지역에 걸쳐 열파를 전달합니다.

또 온난화는 열돔 현상의 발생 빈도와 강도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의심도 받고 있죠. 일각에서는 온난화로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고기압이 한 지역에 오랜 시간 머무는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하는데요. 이로 인해 열돔 현상도 더 오래 지속되고 영향을 미치는 지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도 이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후텁지근하던 지난해 여름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겠는데요. 지난해는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래 가장 더운 1년으로 남았죠. 기상청이 4월 공개한 '2024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6~8월)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9도 높은 25.6도를 기록하며 관측 이래 역대 1위를 기록했습니다.

열대야도 마찬가지로 최장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지난해 열대야 일수는 20.2일로 평년의 약 3배에 달했는데요. 9월까지도 무더위가 가시지 않으면서 9월 평균기온(24.7도)도 역대 1위를 기록했죠. 이밖에 인근 해수면 온도(17.8도) 역시 최근 10년(2015~2024년) 사이 가장 높았습니다.

각종 기록을 깬 이례적인 더위의 주원인은 '이중 고기압'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한반도 상공을 뒤덮은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 두 개의 고기압에 의한 열돔 현상이 계속됐던 건데요. 습도까지 더해져 마치 압력밥솥에 들어간 것 같은 무더위가 장시간 이어진 바 있죠.

올여름 폭염도 예년보다 빠르고 길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교수(폭염연구센터 센터장)는 지난달 열린 언론인 기상 설명회에서 여름철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폭염 일수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기후변화와 고수온, 상층 고기압 정체가 결합해 폭염과 열대야가 더 길고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죠.

앞서 기상청이 내놓은 3개월 전망(6~8월)도 비슷한 내용이었습니다. 6월 기온이 평년(21.1∼21.7도)보다 높을 확률이 40%, 7월(24.0∼25.2도)과 8월(24.6∼25.6도)은 각각 50%로 나타났는데요. 유럽, 미국 등 11개국 474개 기후예측모델을 평균한 결과에서도 6월은 58%, 7월 64%, 8월 71% 확률로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보일 것으로 나타났죠.

실로 19일 밤에는 광주·전남 일부 지역에 올해 첫 열대야가 나타났는데요. 광주는 1973년 이후 역대 가장 빨리 열대야가 발생했으며 지난해보다는 16일 빨랐죠.

이번 주말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린 뒤엔 다음 주부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체감온도 33도 이상의 더위도 시작되겠는데요. 기상청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28일부터 29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이며, 이후에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더위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보했습니다.

▲서울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등 여름 날씨를 보인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위로 지열에 의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등 여름 날씨를 보인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위로 지열에 의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온열질환 주의하세요…질병청 건강 수칙은?

한여름에 본격적으로 접어드는 시기인 만큼 온열질환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25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감시체계 신고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전국에서 290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2명이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열에 장시간 노출되면 두통, 어지러움, 근육 경련, 피로감, 의식 저하 등 증상을 동반한 온열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대표적인 온열질환이 열사병입니다. 체온을 조절하는 신경계(체온조절 중추)가 외부의 열 자극을 견디지 못해 그 기능을 상실한 질환을 말하는데요. 다발성장기손상 및 기능장애 등의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고 치사율이 높아 온열질환 중 가장 위험한 질환으로 꼽히죠.

질병청에 따르면 열사병 환자가 발생하면 119에 즉시 신고하고 △환자를 시원한 장소에 옮기고 △옷을 느슨하게 하고 △몸에 시원한 물을 적셔 부채나 선풍기 등으로 열을 식혀야 하는데요. 이때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음료를 마시게 하는 건 위험하므로 절대 금지합니다.

온열질환은 작은 실천으로 예방할 수 있는데요. 질병청은 △시원하게 지내고 △물을 자주 마시고 △더운 시간대에는 활동을 자제하고 △매일 기온을 확인해 폭염 시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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