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규제 완화 기조 일환
“2012년 잡스법 이후 최대 개혁 가능성”

나스닥ㆍ뉴욕증권거래소(NYSE) 등 미국 증권거래소 운영사들이 상장기업에 대한 규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5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스타트업들이 상장을 꺼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타진 중인 방안으로는 기업공개(IPO) 시 공시 의무 완화, 상장 비용 절감, 소액주주 영향력 축소 등 다양한 내용을 포함한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 논의는 몇 달 전부터 이어져 왔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후 다시 추진 중인 규제 완화 기조와 맞물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통해 경제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인 2012년 제정된 신생기업 지원법인 ‘잡스법(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 Act, JOBS Act)’ 이후 가장 광범위한 상장기업 규제 개혁 시도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나스닥의 넬슨 그릭스 회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비상장 상태로 더 오래 머무르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현실”라고 짚었다.
실제 2000년 이후 미국증시에 상장된 기업 수는 36% 감소해 현재 약 4500개 수준이다. 이 같은 감소 추세와 규제 강화는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 시타델의 켄 그리핀 창업자 등 월가 주요 인사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과도한 공시 요구, 규제 심사, 높은 비용 등을 이유로 기업들이 상장을 회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회계부정에 대해 강력히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미국의 기업회계개혁법인 ‘사베인스-옥슬리법’이 2002년 제정된 이후 상장기업에 대한 공시 요구는 계속 늘어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스팩(SPACㆍ기업인수목적회사) 붐,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밈 주식’ 사태 등 시장 불안기마다 기업 행위에 대한 감독은 더욱 강화됐다. 가령 애플이 1980년 상장 당시 IPO 설명서는 47페이지였으나 현재는 평균 250페이지에 이르는 공시서류가 요구된다.
로이터는 논의가 상장 및 상장 유지에 장애가 되는 규제 완화에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중 프록시 절차 간소화가 핵심 이슈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 프록시 제도란 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직접 참석하지 않고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위임 절차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주주에게 의결권 행사에 필요한 정보를 담은 프록시 서류(위임장 자료)를 보내야 한다. 이에 거래소와 SEC는 주총 관련 사전 정보 제공을 간소화하거나 일부 생략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또 소액주주가 주주제안을 통해 기업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더 어렵게 하거나 반복적인 소규모 주주 제안을 제한하는 안도 조율되고 있다. 상장 수수료를 줄여 상장과 상장 유지 비용을 낮추는 것도 테이블에 올랐다. 스팩을 통한 우회 상장 기업들이 자본을 조달하기 쉽게 만드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SEC는 SPAC 활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소식통들은 규제 완화가 이루어질 경우, 이미 상장한 기업이 추가 주식을 발행해 자본을 조달하는 후속 공모도 수월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IPO 시 공시 의무를 완화하거나 상장 비용을 줄이는 것은 투자자에게 더 큰 손실 위험을 안길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법 교수 질 피시는 “역사적으로 미국 자본시장이 세계 최고로 평가받아온 이유는 바로 이처럼 견고한 규제 시스템 때문”이라며 “정보가 충분히 공개돼야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증권 가격도 더 정확히 책정된다. 이는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