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국회 추경안 시정연설
"경제와 민생 살리는데 여야 따로 없다" 초당적 협력 메시지
국민의힘 의원들과 악수…추경호·권성동과도 화해의 손길
與, 13번 박수 갈채…野 기립으로 李 맞았으나 신중한 모습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3주만인 26일 처음으로 국회 추가경정예산을 위한 시정연설에서 내놓은 메시지는 ‘경제’와 ‘민생’, 그리고 탄핵 정국에서 대립했던 국민의힘 지도부와 손을 잡는 ‘화해’와 ‘협력’이었다. 이 대통령은 약 20여 분 간의 연설 동안 경기 회복을 위해 30조 5000억 원 규모 추경 예산의 시급한 편성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하는 한편, 국민의힘 의원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고 악수하며 협치에 공을 들였다.
이날 오전 10시를 조금 넘겨 이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여야는 일제히 기립해 이 대통령을 맞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열렬한 박수를 보낸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다소 굳은 표정이긴 했으나 서서 이 대통령을 바라봤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여야가 서로 기립하지 않았던 전례가 있었던 것과 대비됐다.
20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이 대통령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경제' 24회, ‘회복’ 10회, ‘소비’ 10회, ‘투자' 7회 등으로, 민생경제 회복이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임을 드러냈다.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한 만큼 ‘국민’도 20회 언급됐고, ‘정부’도 18회 언급되며 정부의 경기 순환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4분기 연속 0%대 성장률에 1분기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12.3 불법비상계엄은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경기에 치명타를 가했다”며 "경제는 타이밍이다.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라고 시급성을 강조했다. 특히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초당적 협력을 호소했다.
연설 중에는 민주당을 포함한 범진보계 의원들로부터 박수가 13번 나왔다. 특히 “정부의 가장 큰 책무는 바로 국민의 삶을 지키는 일 아니겠나”, “이념과 구호가 아니라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실천이, 바로 새 정부가 나아갈 방향”이라는 대목에서 큰 박수가 나왔다.

연설을 마친 후 연단에서 내려온 이 대통령은 곧바로 국민의힘 의석으로 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원 일어나 대통령을 맞이했고, 이 대통령은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나눴다.
특히 탄핵 정국에서 강하게 맞섰던 추경호 전 원내대표, 권성동 전 원내대표와의 만남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추경호 의원과 손을 맞잡고 악수했고, 권성동 원내대표와도 손을 잡고 짧은 대화를 나눴다. 권 원내대표는 악수 후 뒷짐을 지고 이 대통령을 바라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본회의장 뒤편에서도 국민의힘, 민주당, 조국혁신당 의원들을 가리지 않고 찾아가며 소통을 이어갔다. "여기도 여당 있어요"라는 한 의원의 외침에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뒤를 강훈식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권혁기 의전비서관 등이 따랐다.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국민의힘 의원들 대부분이 자리를 지키며 대통령과 인사를 나눴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 이재명! 이재명!"을 연호하며 환호했다.
다만 연설 중 박수를 보낸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은 모습은 향후 추경 심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이 “우리 야당 의원님들께서도 필요한 예산 항목이 있거나 삭감에 주력하시겠지만 추가할 게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의견을 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발언한 대목에서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