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울산 조선소 갈까...HD현대, 정기선 부회장까지 나서 러브콜

“진정한 해양동맹” 정기선 수석부회장 직접 축사
美조선사와 파트너십 체결…현지 공략 재촉
울산시장, 트럼프 초청 공식 서한도 보내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지난 4월 30일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과 함께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를 둘러보며 건조 중인 함정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HD현대))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HD현대가 미국과 접점을 늘리려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한미 조선업계 전문가들을 지난 25일 모아 양국의 협력방안과 인재 양성 방안을 논의했다. 국내에서는 서울대, 카이스트 등 7개 대학 교수들이, 미국에서는 미시건대, 매사추세츠 공대(MIT) 등 6개 대학 조선해양공학 교수들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HD현대 글로벌 R&D센터와 서울대학교에서 ‘스마트 야드’ 등 양국 간 공동 연구 주제를 다뤘다.

이번 포럼은 HD현대가 서울대, 미시건대와 지난해 7월 체결한 ‘한·미 조선산업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협력 업무협약’의 후속조치다. HD현대는 미국 조선업 재건과 안보 강화 활동 지원을 위해 이들 대학과 조선 인재 양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한·미 양국 전문가들이 모여 실질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실제 민간차원의 노력이 가시화됐다는 평가다. 한미 조선 협력 참석자들은 첫날인 23일에는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돌아봤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포럼에 등장해 직접 개회사를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번 협력은 단순한 인적 교류를 넘어 한미가 조선·해양 분야 기술과 비전을 공유하는 진정한 해양 동맹을 위한 출발점”이라며 “양국 조선산업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함께 가자”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 앞서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조선 그룹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HD현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조선그룹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전략적, 포괄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미국 ECO 조선소에서 컨테이너선을 공동 건조하는 내용이 파트너십 계약의 주요 내용이다. HD현대중공업이 지난 4월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HII)와 협력 의지를 밝힌 데 이은 두 번째 현지 공략 행보다.

HD현대중공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울산 조선소 방문을 위해 물밑에서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0월 열리는 APEC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 30일 존 펠란 신임 미 해군성 장관이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한 적이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 방문이 아예 가능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다.

지역 정치권도 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방문을 추진 중이다. 지난 23일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대중공업 노조와 만나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트럼프 대통령이 울산 조선소 방문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적극 노력하겠다고 발언했다. 김 의원은 국회 APEC 특위 위원이다. 김두겸 울산시장 역시 "경주 APEC 개최 시 트럼프 대통령의 HD현대중공업 방문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공언했고 지난 3월에는 공식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초청 서한을 주부산미국영사관을 통해 전달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빠듯한 일정상 트럼프 대통령의 조선소 방문은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외교부 등 정부 차원에서 연락을 받은 건 없다. 트럼프 대통령 만나려고 다 줄을 서 있는데 조선소에 갈 시간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화는 미국 필리조선소가 있고 군함 MRO도 하고 있는데 HD현대는 상대적으로 약한 탓에 더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 노력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HD현대 측은 "미국과 조선업 관련해서 계속 협력을 확대해 온 차원에서 하는 것이지 꼭 트럼프 대통령 방문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