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중소기업 도입률 떨어져
“주요 산단 중심 제조 AI 구축”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첨단 산업을 키우는 국내 기업들의 AI 활용은 여전히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인재·비용·인프라 등 여건 미비로 현장 활용은 수년간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토로한다. 특히 업계에서는 정부의 ‘AI 3대 강국’ 시대 선언에 발맞춰 국내 산업의 핵심축인 제조업에 AI를 결합한 ‘제조 AI’의 미래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 인프라 및 AI 활용 방안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국내 685개 기업 중 ‘현재 AI를 사업에 도입했다’고 답한 곳은 37.1%(239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의 AI 도입률이 65.1%로 가장 높았다. 반면 중견기업(31.2%)과 중소기업(35.6%)의 도입률은 저조했다. AI 도입 기업들은 AI 기술 활용 분야로 연구개발(R&D)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공정 최적화, 고객케어, 시장예측 등을 위해 AI를 활용 중이라고 답했다. 보고서는 “대기업·중소기업은 생산성 향상을 주된 변화로 꼽았고, 중견기업은 의사결정 속도 및 정확도 개선을 가장 큰 장점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나라가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가 주축 산업인 제조업을 중심으로 ‘제조 AI’를 집중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산업별 AI 도입률은 정보통신업은 약 26%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나, 제조업은 약 4% 수준에 그치며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등에 이미 구축된 제조업 데이터에 AI를 접목하면 생산성 향상과 품질 개선, 비용 절감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평가다. 고령화와 청년층의 제조업 기피 현상으로 인력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제조 AI는 자동화와 고도화를 통해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해법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는 주요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국내 제조업과 미래 핵심기술인 AI를 결합한 ‘제조 AI’를 키워야 한다고 제언한다. 예를 들어 울산(자동차·조선·석유화학), 창원(기계·부품·원자력), 포항(제철·2차전지), 광양(제철), 여수(석유화학) 등 주요 기간산업이 밀집한 산업단지나 특구 지역이 제조 AI를 추진할 후보 지역으로 거론된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한국은 제조업 전반이 골고루 발달했고 지역별로 산·학·연 제조 클러스터가 밀집해 AI 접목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했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아마존과 약 7조 원을 투자해 울산에 설립하는 데이터센터(DC)도 ‘제조 AI 메가 샌드박스’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SK그룹의 울산 데이터센터는 2029년 2월에 총 100메가와트(㎿) 규모로 완성된다. SK그룹 역량을 총결집해 클라우드와 제조 융합형 AI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AI 인프라 투자가 진행되면 관련 기업 유치는 물론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지역 및 국가 경제 활성화로 제조업 르네상스를 이끌 것으로도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민간 대기업이 주도적으로 나서 ‘제조 AI’에 투자를 한 만큼 이 같은 방향이 중소·중견기업까지 확대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들은 AI 기술 도입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정부 지원책으로 연구개발(R&D) 지원금, 인프라 구축 지원, 기술교육 및 인력양성 등을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AI는 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으로 앞으로는 기업들에 필수적인 선택”이라면서 “정부가 규모·업종·지역별 맞춤형 지원 정책을 통해 도입 장벽을 낮추고 실질적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