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브랜드 재건에 쓰일 비용 문제도 여전
오아시스마켓·티몬 시너지 효과 불확실

티몬이 기업회생 신청 약 1년 만에 신선식품 배송 전문 기업 오아시스에 인수됐다. 한때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이끌던 기업이 청산이 아닌 인수합병(M&A)으로 재도약의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시장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아있는 상태다.
24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116억 원의 인수금 외에 공익채권(30억 원), 퇴직급여충당부채(35억 원) 등 총 181억 원을 투입해 티몬 정상화에 나선다. 오아시스는 앞서 밝힌 것처럼 티몬 임직원의 5년 고용을 보장한다. 또 판매자(셀러)를 위해 업계 최저 수수료와 익일 정산 시스템을 도입, 티몬 브랜드 재건에 힘쓰겠다는 목표다.
다만 과거처럼 티몬에 셀러와 소비자가 모일지는 불확실하다. 티몬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티몬·위메프(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 이전인 작년 4월 기준 42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 미지급 정산·환불금 피해를 받은 중소상공인 및 소비자들이 티몬과 함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이들과의 신뢰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이들은 그간 오아시스의 티몬 회생 계획안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티몬이 안고 있는 약 1조2000억 원 규모의 회생채권 중 변제율은 고작 0.75%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1%도 채 안 되는 낮은 변제율로는 미정산금 피해액의 일주일 치 대출이자도 안 되는 수준이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애초 티몬의 회생 계획안이 부결된 것도 중소상공인 및 소비자로 이뤄진 회생채권자의 동의율이 43.48%에 그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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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피해 입점 판매자와 소비자로 구성된 검은우산비상대책위원회(검은우산 비대위)는 23일 입장문을 통해 “티몬은 0.75%의 변제만으로 회사의 모든 채권을 청산 받았다”면서 “(우리는)채권 권리가 사라져 티몬과 함께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비판했다.

오아시스가 티몬 브랜드 재건에 사용할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문제도 있다. 오아시스는 티몬 운영비 확보를 위해 추가적인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티몬이 떠안고 있는 부채규모도 만만치 않다. EY한영회계법인의 티몬 실사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티몬의 부채총계는 약 1조191억 원으로 나타났다. 당시 한영회계법인은 티몬 청산가치가 136억1000만 원으로 계속기업가치인 –928억9000만 원보다 높아 청산하는 것이 경제성이 더 높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아시스의 올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1500억 원이다. 당장 자금 투입에는 문제가 없는 수준이긴 하지만 인프라 투자 등이 필요한 만큼 향후 지속해서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 오아시스의 이커머스 플랫폼 오아시스마켓과 티몬의 시너지 효과도 현재로써는 장담하기 어렵다. 현재 오아시스는 티몬의 운영 방향을 오아시스마켓과의 물리적 결합이 아닌 티몬 플랫폼을 별도로 운영하는 쪽으로 잡았다. 이에 따라 티몬은 오픈마켓 형태로, 오아시스마켓은 직매입 형태로 각각 운영된다. 티몬의 최대 강점인 오픈마켓 사업을 살리면서 오아시스마켓의 빠른 배송을 녹여 시너지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다만 전혀 다른 운영방식의 간극을 어떻게 좁혀나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현재까지 나오지 않았다. 오아시스는 티몬의 구체적 운영 계획과 리오프닝 시점은 추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오아시스는 티몬 인수로 시장에서 인지도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게 사실이나 재무적인 문제, 브랜드 신뢰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며 “당장 시너지를 내는 건 시간상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