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러 “내달부터 금리 인하 논의 시작해야”
굴스비 “관세 인플레 없다면 인하 문 열 수 있다”
이번주 5월 PCEㆍ파월 의회 증언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임기 때 임명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 2명이 잇따라 7월 기준금리 인하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개월째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마켓워치ㆍ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셸 보먼 연준 감독 부의장은 이날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콘퍼런스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억제된다면 다음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최대한 낮추어 중립적 수준에 가깝게 하고 건강한 노동 시장을 유지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보먼 부의장은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줄어들고 있지만 고용시장에 대한 위험도가 커지고 있다”며 “금리를 인하해야 할 때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내달 29~30일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개최한다. 연준은 지난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한 후 올해는 연 4.25∼4.50%로 계속 동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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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먼은 연준 주요 인사 가운데 강성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으로 꼽혀왔다. 연준이 미국 대통령선거를앞둔 지난해 9월 전격적으로 0.5%포인트(p) 금리 인하에 나섰을 당시 FOMC 위원 12명 중 유일하게 0.5%p 인하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0.25%p 인하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었다. FOMC 회의에서 반대 의견이 나온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었다.

앞서 연준 내 온건한 매파로 여겨졌던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20일 CNBC 인터뷰에서 7월 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고려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월러 이사는 “다음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고려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에 찬성한다”며 “고용시장 급락 때까지 기다린 뒤 금리 인하를 개시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연준 이사회 총 7명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중에 지명한 인사 2명이 보먼과 월러이다. 특히 보먼은 3월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새 금융감독 담당 연준 부의장으로 내정돼 이달 초 취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개월 전부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바보 등 원색적으로 단어로 비방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또 19일에는 차기 연준 의장 후임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파월의 의장 임기는 내년 5월에 만료된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관세 인상이 아직까진 예상보다 온건한 영향을 미쳤다며 완화적 발언을 내놓았다. 굴스비 총재는 이날 밀워키 비즈니스 저널 주최 행사에서 “다소 놀랍게도 지금까지 관세의 영향은 사람들이 두려워했던 수준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관세가 가격 압력에 미칠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만약 관세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4월 2일(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발표한) 이전에 내가 지칭해온 ‘황금 경로’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는 금리 인하를 향한 노력을 촉진하는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9월에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은 7월에 개시될 가능성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미국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현재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0.58%포인트(p) 인하할 것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0.25%p 하향 조정이 2번 있을 것이 확실하며, 3번의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월러 이사 발언 전까지만 하더라도 투자자들은 올해 기준금리가 0.46%p 내려갈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으로는 7월 금리 인하는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FOMC 구성원 대부분은 관망하는 입장인 파월 의장 측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일부가 월러 이사 쪽으로 기울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파월 의장은 18일 이틀간의 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우리는 경제의 향후 전망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본 후 정책 기조를 조정할지 여부를 고려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발언하며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시장은 이번 주에 파월 의장의 24~25일 의회 연설과 27일 공개되는 5월 개인소비지출(PCE) 데이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연준 인사들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발언에 이날 뉴욕시장에서 미국 채권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전일보다 1.21% 하락한 4.322%로 마감했다. 전 거래일에 0.46% 떨어진 데 이어 2거래일째 내림세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