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중동 정세 급변과 당초 예정됐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대통령 취임 직후의 산적한 국정 현안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적극 검토해 왔지만 여러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정부 인사의 대참 문제와 관련해 나토 측과 협의할 예정이다.
애초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경제·안보·기후 등에 대해 논의하는 것과 달리 나토는 군사·안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그러나 한국 정상외교가 정상궤도에 올랐음을 알리기 위해 참석으로 무게가 기울었는데, 이날 미국의 이란 공습 등으로 중동 정세 불안이 가중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불참으로 다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나토 정상회의는 앞서 G7 정상회의에서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퇴장과 이로 인한 한미 정상회담 무산으로 관심이 집중돼 왔다.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다음달 8일로 다가온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꼽는 가장 빠른 다자 외교 공간이 나토 정상회의였기 때문이다. 앞서 한미 정상회담이 무산된 뒤 대통령실 관계자는 G7이 열린 캐나다 캘거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장 빠른 계기를 찾아 (한미 정상회담을) 주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정치권과 외교가에선 두 정상이 만날 경우 관세협상과 방위비 협상, 주한미군 감축, 북한 문제 등 현안 논의에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중동 정세 악화에 두 번 연속 제동이 걸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G7정상회의에서 조기 퇴장한 이유 역시 중동 정세였다.
이 대통령과 안보실은 나토 정상회의 불참을 결정하기까지 고심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검토해 왔으나 여러 가지 국내 현안과 중동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저히' 직접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재차 전했다.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회담이 또다시 불가능해진 만큼 미국을 직접 방문하는 방향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이란의 핵 시설을 직접 타격하면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에 대한 직접 개입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 시설에 대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며 "주요 목표 지점인 포르도에 폭탄 전체 탑재량이 모두 투하됐다"고 했다. 포르도는 이란의 대표적인 핵 시설 심장부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