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시장 왜곡하는 부동산 세제

입력 2025-06-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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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낮고 거래세 지나치게 높아
다주택자 매도차단…거래절벽 불러

▲▲구성헌 부동산부장
▲▲구성헌 부동산부장
대한민국의 부동산 세제 구조는 오랫동안 왜곡된 채로 유지되고 있다. 집을 소유하는 데에는 세금이 상대적으로 적게 부과되는 반면, 사고팔 때는 과도한 세금이 매겨지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이로 인해 ‘가지고만 있으면 버틸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됐고, 실수요자의 매수 접근성을 낮추는 동시에 시장 유동성까지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다주택자를 ‘투기의 온상’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매도 유인을 철저히 차단하는 방식의 세제는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명분을 얻는 데 유리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시장 왜곡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국제적인 비교를 통해서도 한국의 세제 구조는 비효율적임이 드러난다. 국세청과 OECD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중은 약 0.9%로, OECD 평균인 1.1%에 못 미친다. 반면, 부동산 거래세는 GDP 대비 1.1%로, OECD 평균(0.4%)의 약 3배에 달한다. 이 같은 왜곡이 현재의 ‘거래 절벽’과 ‘매물 잠김’ 현상을 낳는 핵심 요인이다.

세제는 정책과 시장의 신호를 만드는 장치다. 보유세가 너무 낮고, 거래세가 지나치게 높다면, 사람들은 시장에서 움직이지 않게 되고 자산은 ‘잠긴다’.

실제 역사적 사례를 보더라도 이 같은 경직은 반복되어 왔다. 1990년대 일본은 자산 버블 붕괴 이후 부동산 보유에 대한 세제 개편 없이 거래세만 높인 결과, 주택 시장이 10년 이상 침체기에 빠졌고 ‘잃어버린 20년’의 단초가 됐다. 반면, 영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거래세를 인하하고 보유세를 일부 강화하는 정책을 통해 시장 유동성을 되살리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보유세 현실화에 대한 거부감이야 존재하지만, 그 실익은 분명하다. 보유세는 자산 점유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반영하는 수단이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현실화되면, 다주택자나 고자산층은 보유에 따른 비용을 고려해 매도에 나설 유인을 얻게 된다. 자연스레 유휴 자산이 시장에 풀리고, 실수요자들은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내 집 마련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거래세는 과감히 내려야 한다.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매매의 가장 큰 장벽이다. 특히 양도세 중과는 다주택자의 퇴로를 막고,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을 어렵게 만든다. ‘세금 때문에 집을 팔 수 없다’는 상황 자체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전세·월세 시장까지 압박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다주택자 규제도 재고해야 한다. 다주택자는 임대차 시장의 공급자 역할을 한다. 그들을 일괄적으로 배제하면 전월세 매물은 줄고, 가격 상승은 불가피해진다. 정부는 투기와 합리적 자산 운용을 동일선상에서 억제해온 정책을 돌아봐야 한다.

물론, 보유세 개편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1가구 1주택 실수요자나 고령자, 은퇴자 등 취약계층에는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 공시가격 조정, 장기보유 공제 확대, 납부 유예 제도 등을 통해 세부담의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다. 보유세 인상이 특정 계층에 일방적으로 가해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 유동성 회복을 위한 토대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구조 개편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보유는 책임, 거래는 자유”라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정책은 시장과 함께 호흡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 세금은 억압의 도구가 아니라 흐름을 유도하는 장치다. 보유세 인상, 거래세 인하, 다주택자 규제 합리화라는 세 가지 축이 균형 있게 작동할 때, 주택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균형 있는 해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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