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상승장은 전반적으로 ‘기대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정부는 상법 개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불공정거래 원스트라이크 아웃,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다양한 개편안을 내놓았지만, 대부분은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정책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전까지는 지금의 주가 수준을 성과로 평가하긴 어렵다. 한 달 뒤 발표될 2분기 기업 실적 전망 역시 마찬가지다. 수익성 개선보다는 기대감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코스피는 다시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3000 돌파는 또 한 번의 기대로 만든 착시로 기록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대의 선반영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코스피가 3300을 넘었을 때도 유사한 흐름이었다. 풍부한 유동성과 실적 기대가 지수를 끌어올렸지만, 이후 고강도 긴축과 기업 실적 둔화가 이어지며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시장에는 ‘코스피 3000은 허상이었다’는 회의감만 남았다. 실체 없는 낙관은 지난 3년간의 조정으로 이어졌고, 시장 신뢰도 함께 훼손됐다.
코스피 3000을 ‘회복’이 아닌 ‘안착’으로 만들기 위해선 시장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여전히 폐쇄적인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외국인의 자금 유입은 일시적 흐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가 밸류업(가치 제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이를 이행하는 기업은 드물다.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등 실질적인 주주친화 정책이 수반되지 않으면, 밸류업은 구호에 그칠 뿐이다. 이미 일부 기업은 보여주기 식 발표만 하고 밸류업 실행에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은 기대감만으로는 지속될 수 없다. 결국,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행’, ‘기대’가 아니라 ‘구조’다. 코스피 3000은 의미 있는 분기점이지만, 단기적 숫자 회복에 안주해선 안 된다. 지수가 올라선 뒤에도 안착하려면 제도와 정책, 기업 행동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3000은 다시 단기 고점으로 전락할 것이다. 코스피가 구조적으로 3000을 넘어설 수 있는 시장인지, 아니면 또다시 기대감만으로 무리한 평가를 받는 시장이 될 것인지를 가늠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