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계가 요구하는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여부를 놓고 노·사가 대립했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5차 전원회의를 열어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여부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전주까지 최임위는 노동계의 요구였던 도급제 등 적용을 논의했으나, 공익위원 권고에 따라 내년 회의에서 재논의하기로 정리했다.
이날 회의에서 노동계는 지난해에 이어 업종별 구분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경영계는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임금 지급여력 저하를 내세워 업종별 구분 적용을 촉구했다.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업종별 차별 적용 논의는 최저임금법 심의 항목이라는 이유만으로 매년 매회차 다뤄지긴 하지만, 지난 38년간 유지해온 단일 적용 원칙이 기본원칙으로 왜 지켜져 왔는지 사용자위원도 돌이켜 숙고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업종별 차별 적용은 저임금 고착화의 낙인찍기, 쏠림 현상으로 인한 인력난의 가중, 업종·산업별 공동화 및 취업 기피 등으로 대표되는 부작용이 매우 우려되는 일”이라며 “우리 사회 저변에 ‘최저임금으로 차별을 제도화하겠다’라는 의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정부를 압박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최저임금위원회는 과거와 달라야 한다”며 “최저임금 차별과 사각지대 해소는 국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책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외 업종별 차등 적용 사례를 살펴보면 모두 국가가 정하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상향식 적용”이라며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더 높은 지급능력을 가진 업종에서 상향 적용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ILO 의장국”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총괄전무는 “올해 최저임금은 1만30원이다. 주휴수당까지 고려하면 이미 1만2000원을 넘었다”며 “여기에 5대 사회보험, 퇴직급여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최저임금 근로자 한 명을 고용하는데 들어가는 실제 인건비는 법정 최저임금의 140%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2024년 기준 최저임금 미만율은 12.5%에 달하고 숙박·음식점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30%를 넘을 정도로 최저임금에 대한 현장 수용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최저임금 수준을 감내하기 힘든 일부 업종이라도 구분 적용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저임금 근로자는 최저임금제로 보호를 받지만 낮은 이윤을 창출해 소득수준이 낮은 사용자는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며 “취약 사업주는 양호한 경영 실적이나 이윤을 창출할 기업을 기준으로 설정한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