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의 해결사, 구찌 살릴까…케링, 첫 외부 CEO 영입

입력 2025-06-1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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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메오, 9월 15일 취임 예정
주가, 케링 12%↑ vs 르노 9%↓

▲루카 데 메오 르노 최고경영자(CEO). AFP연합뉴스
▲루카 데 메오 르노 최고경영자(CEO). AFP연합뉴스

구찌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명품 그룹 케링이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자동차업체 르노의 루카 데 메오 최고경영자(CEO)를 새 CEO로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케링은 데 메오 CEO가 르노에서 다음달 15일까지 근무하고, 9월 15일 취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케링 주가는 이날 11.76% 급등했다. 이는 2008년 11월 이후 최대 일일 상승률이다. 반면 르노 주가는 8.69% 급락하며, 2022년 2월 이후 가장 큰 하루 하락률을 나타냈다.

이탈리아 출신 데 메오 CEO는 프랑스의 피노 가문이 지배하는 케링의 첫 외부 출신 CEO이다. 르노를 포함해 도요타, 피아트, 폭스바겐 등 자동차업계에서 30년 이상 근무했다. 2020년 르노 CEO로 취임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대대적인 비용 절감을 단행해, 작지만 더 민첩한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또 복잡한 닛산과의 20년 전략적 동맹도 재정비했다. 그 결과 그가 재임하는 5년간 르노 주가는 90% 이상 상승했다.

이번 파격적인 인사는 케링이 직면한 도전 과제의 규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찌는 수년간 케어링의 성장을 견인했지만, 팬데믹 이후 활력을 되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100억 유로(약 116억 달러, 약 16조 원)가 넘는 부채를 떠안으며 신용등급 추가 강등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케링 주가는 지난 2년간 60% 이상 떨어졌다. 케링은 구찌 외에 이브생로랑ㆍ보테가베네타ㆍ발렌시아가ㆍ알렉산더맥퀸ㆍ브리오니ㆍ부쉐론 등의 브랜드를 보유했다.

WSJ은 “케링에게 이번 결정은 위태로운 시기에 내건 도박과도 같다”면서 “한때 유럽 명품시장을 선도했지만 이제 에르메스ㆍ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등과 같은 경쟁사에 비해 훨씬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데 메오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지난 6개월 사이 유럽 자동차 제조사에서 두 번째 최고위급 이탈이다. 앞서 카를로스 타바레스가 작년 12월 스텔란티스 CEO 자리에서 사임했다. 자동차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과 중국 경쟁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큰 압박을 받고 있다.

데 메오는 르노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이건 개인적인 결정이지 도망치는 게 아니다”면서 “르노 그룹은 다음 장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루카 데 메오 르노 최고경영자(CEO)와 프랑수아 앙리 피노 케링그룹 CEO 겸 회장. AFP연합뉴스
▲루카 데 메오 르노 최고경영자(CEO)와 프랑수아 앙리 피노 케링그룹 CEO 겸 회장. AFP연합뉴스

2005년 아버지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아 20년간 재직한 CEO직에서 물러나는 프랑수아 앙리 피노는 회장직은 유지한다. 그는 전략적 조직 운영에는 계속 관여할 예정이지만, 데 메오가 핵심 인사를 임명하고 그룹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있어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노 회장은 “케링은 지난 몇 지난 몇 년간 그룹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이제 새로운 조직과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국제 상장 기업을 이끌었던 그의 경험, 브랜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그리고 강하고 존중받는 기업 문화를 중시하는 태도 덕분에 내가 찾던 리더라고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를 통해 “브랜드 관리와 마케팅은 데 메오의 강점으로, 이는 럭셔리 산업이 하는 일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평가했다.

피노는 그룹의 위기론을 일축했다. “나는 소방수를 채용하는 게 아니다”라고 그는 애널리스트 콜에서 말했다.

아무리 뛰어난 그라도 명품기업을 살리는 것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시티은행의 토마스 쇼베 수석 애널리스트는 데 메오가 르노를 회생시킨 공로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명품 기업의 회생 과정은 자동차 기업보다 더욱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진단했다. 이어 “데 메오 앞으로 맡게 될 새로운 역할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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