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기회이자 시험대…단, 글로벌 대응 전략 필요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글로벌 의약품 시장이 의약품 정책 변화를 예고하면서 글로벌 제약 규제 환경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도약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은 최근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법안을 상원에 발의했다. 이 법안은 품목허가 시 불필요한 임상 자료 제출을 생략하고 상호교환성 요건을 완화하는 등 허가 요건을 전반적으로 간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이 지연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법안도 함께 추진 중이다.
비만 치료 확대를 위한 정책 변화도 눈에 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셍터(CDC)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내 60세 이상 성인의 약 41%(2700만 명)가 비만을 앓고 있으며 비만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사망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은 비만 치료 가능 인력의 범위를 넓히고 의료보험 적용 범위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일본은 경제재정 운영 개혁 방안을 통해 의약품 공급망 안정화와 바이오 인프라 구축을 핵심 정책으로 발표했다. 감염병 유행 등 비상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의약품 수급을 보장하고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제조 기반과 인력 양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유럽연합은 규제 전면 개편에 나섰다. 공정한 경쟁, 의약품 접근성 제고, 행정 간소화를 목표로 2004년 이후 유지된 주요 제약 규제를 손봤다. 이를 통해 시장 진입을 늦췄던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고 특허 만료 직후 경쟁 약물이 바로 출시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기업은 특허 만료 전부터 임상과 규제 서류를 준비할 수 있는 ‘볼라(Bolar)’ 면제로 의료기술평가와 입찰을 사전에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글로벌 규제 변화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미국, 유럽, 일본에서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 진입 장벽이 낮아짐에 따라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수출 확대와 상업화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더 효율적인 제품 출시 전략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 일본이 바이오시밀러 인프라 확충에 나선 만큼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에도 새로운 협력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 바이오시밀러 생산 기술 경험이 부족한 만큼 생산 기술 이전이나 공동개발 형태의 협업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일본에 영업사무소를 설립하고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의료보험 적용 확대로 비만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 동아ST, 디앤디파마텍 등이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정책 변화는 이들 기업의 개발 속도를 높이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비만치료제 개발과 투자는 더욱 공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미국과 일본, 유럽의 규제 완화는 국내 기업에 분명한 시장 진입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만큼 경쟁의 속도와 범위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는 글로벌 빅파마는 물론 후발 주자인 인도‧중국계 제약사의 진입을 더욱 촉진할 수 있어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고도화된 전략이 요구된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정부의 정책 대응은 물론, 글로벌 진출 지원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며 “기술력과 신속한 대응,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좌우할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