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은 전반적으로 줄었지만 지역별로는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강동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외지인 비중이 크게 감소한 반면, 동대문구와 송파구 등에서는 급증했다. 개발 기대감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외지인 수요가 이동하는 양상이다.
16일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월별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매매 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 아파트 매매 8029건 중 외지인이 매입한 건수는 1910건으로 전체의 23.8%를 차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3656건 중 928건이 외지인 매입으로 비중은 25.4%였다. 거래량 자체가 2배 넘게 늘었지만 외지인 비중은 줄어든 셈이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서울 25개 구 가운데 14곳에서 외지인 매입 비중이 감소했다. 가장 두드러진 하락세는 강동구에서 나타났다. 외지인 매입이 지난해 12월 155건으로 57.2%의 비중을 차지했지만 올해 4월 기준 26%(114건)로 줄며 비중이 31.2%포인트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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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는 지난해 고덕그라시움, 올림픽파크포레온 등 대형 신축 단지들이 입주를 앞두면서 외지인 수요가 집중됐던 곳이다. 당시 실거주 목적 외에 투자 수요도 상당수 유입되며 일시적으로 외지인 비중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해당 단지 입주가 마무리되고 초기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이 이어지면서 외지인 수요는 빠르게 빠져나간 모습이다. 지난해 과도하게 높았던 비중이 정상 수준으로 조정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구로구는 외지인 매입이 32건에서 59건으로 늘었지만 전체 거래가 더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비중은 27.6%에서 20.8%로 낮아졌다. 관악구의 경우도 외지인 거래는 24건에서 45건으로 증가했지만 외지인 비중은 27%에서 21.7%로 5.3%포인트 하락해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반면 동대문구는 외지인 매입이 42건에서 176건으로 급증하며 비중도 25.9%에서 44.4%로 치솟았다. 서울 전 자치구 중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 같은 배경으로는 이문·휘경뉴타운 정비사업의 본격화가 있다. 외대앞역-신이문역 일대에 조성되는 이 사업은 총 1만2000여 가구 규모의 대형 재개발 프로젝트로 올해 11월 입주 예정인 ‘이문아이파크자이’와 입주를 마친 ‘래미안 라그란데’ 등 대단지 아파트들이 외지인 관심을 끌고 있다.
청량리역 일대를 중심으로 초고층 주상복합단지 입주가 이어지고 GTX-B·C노선, 강북횡단선 등 광역 교통망 확충도 예정돼 있어 강북의 신흥 거점지로 재조명되는 점 역시 외지인 수요를 유입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송파구는 외지인 매입 건수가 62건에서 226건으로 크게 늘면서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1.8%에서 27%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송파구의 외지인 유입 배경으로 가격 경쟁력과 갭투자 여건을 꼽는다. 강남구나 서초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매매가 덕분에 외지인 입장에서는 강남 접근성이 좋은 지역 중 진입장벽이 낮은 투자처로 송파구가 각광받았다는 분석이다.
또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격차가 줄면서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투자' 진입이 쉬워진 점도 외지인 매입을 늘린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외에도 마포구(31→110건), 서대문구(49→77건) 등도 외지인 비중이 확대됐다. 이들 지역은 모두 정비사업 기대감이 높거나 교통망 확장이 예정된 곳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외지인 수요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정비사업이나 교통 호재가 뚜렷한 지역에는 오히려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앞으로도 서울 아파트 시장은 지역별 개발 여건에 따라 외지인 유입의 희비가 더욱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