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치가 첨벙하면 메사구(메기의 평안도 방언)도 첨벙한다.”
북한에서 내려오는 이 속담은 큰일이 벌어지면 작은 일들도 따라 요란해진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가물치는 물속에서 ‘왕’ 같은 존재입니다. 한 번 몸을 튕기며 수면을 차고 오르면, 주변 물고기들은 물론 사람들까지 깜짝 놀랄 정도니까요.
이런 가물치가 요즘 들어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왜냐고요? 벌써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여름 보양식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계탕만큼이나 몸을 보하는 ‘기력 보충 음식’으로 오래전부터 사랑받아온 가물치 요리. 그리고 낚시꾼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손맛의 끝판왕, 바로 그 주인공이 가물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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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치는 우리나라의 하천, 저수지, 늪지 등지에 사는 민물고기입니다. 몸길이는 30~100cm 이상까지 자라며 성격이 아주 사나운 편이라 작은 물고기나 개구리, 심지어 작은 새까지도 사냥합니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물속 산소가 부족해도 수면 위로 올라와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다는 것인데요. 덕분에 더운 여름철, 다른 물고기들이 힘들어할 때도 가물치는 씩씩하게 버텨냅니다.
이런 강인한 생명력 때문에 옛날부터 산모나 환자에게 가물치를 먹이면 회복이 빠르다는 말도 많았습니다. 지방은 적고 단백질은 풍부한 흰살생선이라 맛도 담백하고 소화도 잘되죠.
더운 날씨에 기운이 빠졌을 때 사람들은 삼계탕이나 장어만 떠올리기 쉬운데요. 진짜 고수들은 가물치를 찾습니다. 전라도, 경상도 지방에서는 특히 가물치찜이나 가물치탕이 여름철 단골 보양식입니다.
가물치찜은 고추장, 된장, 마늘, 생강 등을 넣고 푹 졸여내는데 매콤한 맛이 땀을 쫙 빼줘서 한 그릇 비우면 기운이 절로 난다고 합니다. 가물치탕은 한약재와 함께 푹 끓여내기 때문에, 산후조리나 회복기 환자용 식단으로도 유명하죠.
충청북도 제천 지역에는 가물치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존재하는데요. 대표적으로 가물치 회, 가물치 곰탕, 가물치 황토진흙구이 등이 있습니다. 가물치는 지역 특산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물치는 낚시꾼들 사이에서 ‘한 번 잡으면 잊지 못하는 손맛’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6~8월 장마철 직후 수온이 오르고 수초가 무성한 저수지나 연못이 최고의 포인트입니다. 물론 낚시 장비는 튼튼해야 합니다. 개구리 루어(프로그 루어)를 물 위에 던져 유혹하면 가물치는 순간적으로 튀어나와 입질하는데요. 줄은 합사줄(40~60lb), 릴은 강력한 베이트릴, 낚싯대는 하드 액션 타입이 좋습니다.

이렇게 강한 포식자이자, 맛과 영양을 동시에 가진 민물고기 가물치이지만 무분별한 포획과 서식지 파괴로 개체 수가 줄고 있어서 일부 지역에서는 자연산 가물치의 보호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낚시할 때도 정해진 금지 기간과 규정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죠. 앞으로도 우리가 가물치를 오래도록 즐기고, 또 건강하게 자연 속에서 마주할 수 있으려면 지속 가능한 관심과 보호가 꼭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