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0조 투자…상위 10개사가 전체 65% 차지

지난해 국내 연구개발(R&D) 상위 1000대 기업의 R&D 투자액이 84조6000억 원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30조2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연구개발투자 규모가 1조 원 이상인 기업은 총 9개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2024년 국내 R&D 투자 상위 1000대 기업의 투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투자액이 83조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12일 밝혔다.
이는 전년 72조5000억 원 대비 15.3% 증가한 수치이며, 기업 1000곳 가운데 투자 규모를 늘린 곳은 709개사로, 감소한 곳(291개사)보다 훨씬 많았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4.8%로, 전년 4.4%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2010년 통계 집계 이래 총 투자 규모와 증가율, 매출 대비 투자 비중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투자 규모의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했다. 상위 300개 기업이 전체 투자액의 92.4%를 차지했고, 하위 300개 기업은 2.2%에 그쳤다. 특히 상위 10개 기업의 투자액은 54조7000억 원으로 전체의 65.5%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62.7% 대비 2.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가 30조2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년 대비 6조3000억 원 증가하며 전체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SK하이닉스(4조5000억 원) △현대자동차(4조3000억 원) △LG전자(3조4000억 원) △기아(3조3000억 원) △삼성디스플레이(3조1000억 원) △LG디스플레이(2조 원) △현대모비스(1조8000억 원) △삼성SDI(1조3000억 원) 등이 1조 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들 1조 원 이상 투자 기업은 전년과 동일한 9개사였다. 1000억 원 이상 1조 원 미만을 투자한 기업은 53개로 전년보다 3개 늘었다.
다만 글로벌 수준에서는 경쟁국에 뒤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R&D 투자 2000대 기업 중 한국 기업은 40개로 집계됐다. 미국(681개), 중국(524개), 일본(185개), 독일(106개), 대만(55개)보다 적은 수준이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170개, 중견기업 513개, 중소기업 317개로 구성됐다.
중견기업 수는 전년 대비 22개 늘었고, 중소기업은 21개 줄었다. 대기업의 총 투자액은 68조6000억 원으로 17.5% 늘었으며,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38조4000억 원으로 증가율은 11.4%였다.
상위 10대 기업을 제외하면 증가율은 7.3%로 다소 낮아졌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투자액은 각각 11조5000억 원(7.3% 증가), 3조5000억 원(2.5% 증가)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전체 R&D 투자액의 89.8%인 75조 원을 차지했다.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통신장비 업종이 43조4000억 원으로 제조업 내 최대 비중을 차지했고, 자동차 및 트레일러(12조3000억 원), 전기장비(6조8000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제경희 산업부 산업기술융합정책관은 "산업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기업들이 R&D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라며 "지금은 경쟁국에 대응해 이러한 흐름을 지속해야 할 중대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기업의 투자 리스크를 분담하고, 투자 성과가 시장에서 현실화될 수 있도록 규제혁신, 실증 인프라, 금융지원 등 사업화 기반을 대폭 강화하겠다"라며 "기업과 현장 연구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기업 투자 활성화와 성과 창출을 위한 실행 방안 마련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