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서울고등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1차 공판기일을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대한민국 사법부가 권력의 입김 앞에 흔들리는 정의의 저울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헌법과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는 심각한 현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서울고법이 연기 사유로 헌법 제84조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든 데 대해 "대통령이 되면 죄가 사라지나"라며 "헌법 제84조는 면죄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해당 조항은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지, 이미 기소된 형사 사건의 재판까지 중단하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있는 죄를 덮는 도구는 더더욱 아니다. 어떤 권력도 헌법 위에 설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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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사건을 유죄 취지 파기환송했고, 이에 따라 서울고법은 15일 첫 공판을 열겠다고 밝혔다"며 "하지만 당시 이재명 후보 측은 선거운동 기간을 공평하게 보장해달라며 기일 연기를 요청했고, 법원은 그 요구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또 미뤘으니 법원 스스로 통치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 대통령은 유권자를 기만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대통령이 됐다는 이유 하나로 이 사건을 심리하지 않는다면 그게 과연 사법 정의에 맞나"라며 "죄 있는 권력자는 법망을 피해도 괜찮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침묵하지 않겠다. 사법부가 눈을 감는다면 우리가 국민을 대신해 부당함을 고발하겠다"며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한 입법적·정치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헌법 제84조는 새로운 재판을 위해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불가능하다는 뜻이지,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은 초등학생도 다 알 수 있다"며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유한하지만, 사법부의 역사는 영원무궁하다"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 임기 초반 권력이 무섭다는 이유로 판사가 스스로 사법부의 독립성을 포기한 셈"이라며 "권력의 바람 앞에 미리 알아서 누워버린 서울고법 판사의 판단은 두고두고 사법부의 흑역사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을 향해 "죄가 없다면 당당하게 재판에 임하길 바란다"며 "재판에 임하는 게 민주주의를 지키고 대통령의 권위를 지키는 길이다. 본인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억지와 무리수를 쓰면 쓸수록 권력의 종말은 급속히 가까워진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