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업계 10곳 중 8곳 “AI 도입 필요”…실질적 활용은 미흡

반도체·자동차 등 AI 재편 시작
“민관 협력 산업 AI 생태계 조성”

▲무역업계 내 생성형 AI 도입 시 주요 어려움 및 AI 관련 인력 보유 현황. (사진=한국무역협회)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주력 산업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무역업계에서도 효율성 향상을 위해 AI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다만 무역 현장에서 실제 AI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어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산업 AI 생태계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9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AI 시대가 이끄는 한국 주력 수출 산업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무역기업 10곳 중 8곳에 달하는 78.0%는 효율성 향상을 위해 AI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기업들이 AI 도입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실질적인 활용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응답 기업 중 16.9%만이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거나 능동적으로 업무 수행을 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68.7%는 제한적으로 활용하거나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주로 마케팅 및 브랜딩(21.9%). 제품 및 서비스 기획·개발(19.7%) 등과 같은 아이디어 기반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산·제조, 재무, 인사 등 핵심 운영 분야에서의 활용률은 모두 10% 미만에 그쳤다. AI 도입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으로는 △비용부담(26.1%)과 △전문인력 부족(25.4%)을 가장 많이 꼽았다.

보고서는 우리 수출 주력 산업 분야가 AI로 인해 구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어 AI 내재화 여부가 수출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반도체 산업은 AI 특화 반도체를 중심으로 생태계가 바뀌고 있으며, 자동차의 경우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다만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제조업 경쟁력이 높아 방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음에도 산업 AI에 활용할 수 있는 정제된 데이터 및 연계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산업 AI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의 단계별 지원과 기업의 능동적 대응이 모두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AI 도입 진단→기반 구축→솔루션 탐색→내재화’로 이어지는 AI 내재화 로드맵에 따라 정부는 컨설팅, 데이터 표준화, 솔루션 매칭, 비용 경감 등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기업은 적극적 참여를 통해 AI 생태계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성은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AI는 수출 산업의 경쟁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특히 중소·중견 기업들이 제조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업 AI를 효과적으로 내재화할 수 있도록 민관이 협력해 궁극적으로는 ‘소버린(Sovereign) AI’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