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대통령들의 대선 직후 아파트값 흐름은 정권 교체라는 정치 이벤트보다 당시 시장 상황에 더 크게 좌우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 이후에도 금리, 유동성, 공급 여건 등 거시 경제 요인이 집값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KB부동산의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 통계를 분석한 결과, 박근혜·문재인·윤석열 등 세 대통령 취임 직후 6개월간 아파트값 변동 추이는 제각각이었다. 같은 ‘취임 초기’ 상황에서도 집값 흐름은 정반대 양상을 띤 것이다.
2013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당시 아파트 시장은 침체기에 머물러 있었다. 전국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2월 2억5945만 원에서 8월 2억6056만 원으로 0.43% 오르는 데 그쳤고 서울은 같은 기간 5억347만 원에서 4억8461만 원으로 1.76% 하락했다.
정부는 같은 해 하반기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 규제 완화 기조로 선회했지만, 시장 반응은 더딘 흐름이었다.
반면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집값이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5월 기준 전국 평균 매매가격은 3억2124만 원이었는데 6개월 뒤인 11월엔 3억3237만 원으로 약 3.5% 상승했다. 서울은 같은 기간 6억708만 원에서 6억5193만 원으로 무려 7.3% 상승했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지수 역시 전국은 72.79에서 73.56으로 서울은 61.94에서 64.45로 올랐다. 취임 직후 집값이 전방위적으로 뛰기 시작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투기지역 지정과 보유세 강화 같은 규제 일변도의 공약을 내걸었지만, 초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이 집값을 밀어 올렸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대기 수요가 거래에 나선 것도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2022년 3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 시장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였다. 취임 당시 전국 평균 매매가격은 5억5934만 원이었으나 6개월 뒤엔 5억5600만 원으로 오히려 0.61% 하락했다. 서울은 같은 기간 12억7334만 원에서 12억7624만 원으로 0.09% 오르며 사실상 ‘보합’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지수도 전국 기준 100.27에서 100.21, 서울은 100.15에서 100.30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윤 정부는 재건축 규제 완화, 종부세 개편 등 친시장적 메시지를 던졌지만, 금리 인상 기조와 PF 대출 리스크로 인해 거래 자체가 크게 위축됐다. 전 정권의 고점 피로감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대선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 중 하나일 뿐, 절대적인 변화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고 진단한다. 금리, 유동성, 공급 여건 같은 거시 경제 변수가 집값을 결정짓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 정국에서도 정치적 이벤트보다는 금리 인하 여부, 대출 규제 완화, 공급 상황 등 경제 환경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대선 공약보다 시장을 지배하는 경제 환경이 실수요자 움직임을 결정지어왔다”며 “이번 대선 후에도 금리 인하 시점, 대출 규제 완화 등 거시 환경이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