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유력시되면서 우리나라 기업 경영환경에도 중대한 전환점이 예고된다. ‘공정과 상생’을 기치로 내건 이 당선 유력인의 경제 개혁 공약에 따라 노동, 조세, 지배구조 등 기업을 둘러싼 법·제도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면서다.
하지만 이 당선 유력인이 대선 기간 내내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해온 만큼 시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민간 활력을 제고할 실용적 조율이 병행될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 재계는 “기업 현실을 반영한 균형 잡힌 정책 추진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이 당선 유력인이 집권 초기 경제 정상화와 민생 안정을 국정 우선순위로 삼겠다는 뜻을 밝혀온 만큼 규제 일변도보다는 현실적 속도 조절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 당선인의 ‘경제 우선’ 메시지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법제화 과정에서 균형 있게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향후 정무·경제라인 인선은 정책 방향의 속도와 강도를 가늠할 주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실용적 인사가 기용될 경우 시장 안정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 단체 관계자는 “기업들은 우선적으로 예측 가능성과 합리적 경제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며 “민간 활력 유도와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한 신호가 동반되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이 당선 유력인이 제시한 개혁 의제는 기업 입장에서 규제 리스크로 작용할 여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노란봉투법’과 주 4.5일제 단계적 도입 공약이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등 단체행동 중 발생한 제3자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당선인은 이 법안에 대해 “반드시 통과돼야 할 법”이라고 못 박았다. 경영계는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산업 현장의 파업 리스크가 높아지고, 사업 연속성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주 4.5일제 역시 기업 경영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제조·물류·유통 업종 등 상시 인력이 필수적인 업종에선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인건비 상승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또 다른 대기업 임원은 “현행 52시간제에서도 인력 운용이 빠듯한 상황”이라며 “일률적 단축이 강행되면 기업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상법 개정도 예고됐다. 이 당선 유력인은 공약집에서 “이사의 충실의무를 명문화하고, 대주주의 사익편취를 억제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흐름과 맞닿아 있지만, 동시에 이사의 경영 판단이 사후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높인다는 점에서 경계감이 크다.
이 당선 유력인은 또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대해 독립 사외이사 선임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전자투표 및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상법 개정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이사회 구성과 의사결정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사안으로 기업들의 전략 수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조세 정책과 관련해 이 당선인은 가업상속세 완화나 최고세율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왔으며, 현행 과세 체계를 유지하는 기조를 천명한 상태다. 재계는 투자 확대와 고용 유인을 위해 일정 부분의 세제 유연성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기업보다 제도 대응 여력이 떨어지는 중소·중견기업들은 특히 민감하다. 법률 리스크 관리 인프라와 인력 운용 능력 모두 열위에 있는 상황에서 예고 없는 제도 변화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재명 정부 탄생으로 기업 경영환경은 노동 및 지배구조 측면에선 제약 요인이 커질 수 있으나 재정 확대와 산업 육성 정책에 기반한 기회 요인도 동시에 존재한다”며 “기업들이 규제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면서도 국가 주도의 전환경제 기조에 전략적으로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