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2020년 특허법 제4차 개정을 통해, 특허출원 및 특허권 행사에 있어 신의성실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제20조 제1항을 신설하였다. 이는 법률 해석의 전제가 되는 일반원칙인 신의칙을 특허법에 명문화한 것으로, 권리의 부정 사용을 방지하고 제도 전반의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이후 2024년 개정된 특허법 실시세칙(우리나라의 특허법 시행령에 해당)에서는 신의칙 위반이 특허출원의 거절사유 및 특허의 무효사유가 될 수 있음을 명확히 규정하였다. 즉,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심사·심판 과정에서 법적 효력을 갖는 요소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신의칙은 권리의 획득과 행사 전반에서 타인의 신뢰에 반하지 않도록 성의 있게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대원칙이다. 이는 각국의 법률과 제도에 공통적으로 전제되는 기본 원리이나, 무분별하게 적용될 경우 자의적 판단의 여지가 커질 수 있는 만큼, 그 적용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중국 역시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고자 일정한 기준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 2021년 제정된 ‘특허출원 행위 규범에 관한 규정’ 제3조에서는, 신의칙에 위반되는 이른바 ‘비정상 출원’의 유형들을 예시하고 있다.
그중 필자가 특히 주목하는 사례는 두 가지다. 첫째,컴퓨터 기술 등을 이용해 무작위로 생성된 출원이며, 이는 인공지능(AI) 발명과의 연계 가능성을 시사한다. AI 발명에 대한 특허 부여 여부는 현재도 활발히 논의 중이나, 이는 주로 발명 주체의 자격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에 따르면, AI가 생성한 발명을 사람이 출원한 경우라도, 실질적 연구개발이 결여돼 있다면 신의칙 위반으로 권리화가 제한될 수 있다.
둘째, 실질적 연구개발 없이 다수의 출원을 진행하는 행위도 신의칙 위반 유형으로 규정된다. 이는 문언상 NPE(Non-Practicing Entity), 즉 소위 ‘특허괴물’의 권리 행사에 제한을 가할 수 있는 조항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나, 외국계 NPE에 대한 실질적 규제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이피리본 대표/변리사 김세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