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는 환영 “제약‧바이오산업 이끄는 견인차 역할 할 것”

삼성이 신약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인적분할하며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분리하고, 신설되는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신약개발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인적분할해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신설했다. 이는 그동안 제기돼 왔던 고객사와 이해 상충 문제를 해소하고, CD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독립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각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확대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사업에 집중하고, 신설된 지주회사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향후 신설될 바이오 관련 자회사를 편입할 계획이다.
눈에 띄는 점은 삼성이 본격적으로 신약개발에 나선다는 점이다. 그동안 SK와 LG 등 주요 대기업은 그룹 차원의 전략을 통해 신약개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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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계열사 SK케미칼이 1999년 국산 1호 신약이자 위암 치료제 ‘선플라주’를 개발했고, 2007년에는 발기부전 치료제 ‘엠빅스’(13호 신약), 2022년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35호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 이어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를 개발해 미국에서만 연간 4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국내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LG 역시 2002년 LG화학(당시 LG생명과학)이 항생제 ‘팩티브’(5호 신약)를 개발했다. 팩티브는 국산 의약품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2012년에는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19호 신약) 개발 성과를 냈다. 제미글로 해당 제품군(제미글로, 제미메트, 제미다파, 제미로우)은 2012년 출시 후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금액이 1조 원을 돌파했다.
반면 삼성은 지금까지 CDMO와 바이오시밀러 중심의 전략을 펼쳐왔지만 신약개발 성과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인적분할을 통해 신설되는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신약개발 전담 조직 기능을 맡아 앞으로 적극적인 신약개발 행보가 예상된다.
업계의 관심은 삼성이 앞으로 어떤 신약을 개발할지에 쏠린다. 이와 관련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간담회에서 “신설되는 자회사는 미래 성장을 위한 바이오 플랫폼 기술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향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다양한 방면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바이오 플랫폼 기술’에 집중한다는 점과 그동안 삼성 라이프사이언스 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을 보면 관심을 두고 있는 모달리티(치료접근법)를 짐작할 수 있다. 이 펀드는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공동으로 2400억 원을 출자해 조성됐고 삼성벤처투자가 조합을 결성해 운용 중이다.
삼성 라이프사이언스 펀드는 지금까지 총 9개 기업에 투자했다. 이중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세포‧유전자치료제(CGT)가 각각 2곳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외에도 나노 입자 기반 약물 전달체, 리보핵산(RNA),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단백질을설계 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해 왔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트렌드가 항체 기반 모달리티기 때문에 삼성도 기본적으로 이 분야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ADC를 중심으로 CGT와 같은 항체 기반 모달리티로 확장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며 “신설 자회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은 현재 신약개발을 위한 조건도 이미 갖췄다. 수년간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온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술력과 안정적인 매출로 신약개발을 위한 자금 확보도 가능하다. 실제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23년 처음 연매출 1조 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약 1조5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이 신약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제약‧바이오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은 자본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산업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어 의미 있는 행보”라며 “벤처기업에 비해 신약 개발 성과를 빠르게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