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통계의 중요성

입력 2025-05-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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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통계는 ‘숫자’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경제성장률, 물가 상승률 등 한은이 내놓는 수치는 정부 정책 결정과 금융시장, 나아가 기업과 가계의 의사결정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공표 전까지는 철저히 비공개로 관리된다. 통계 발표를 앞두고 내부 결제 라인 외엔 접근할 수 없으며, 같은 한은 내에서도 통계국을 제외한 타 부서 직원들은 “우리도 모른다”고 말할 정도다.

외부 기관이 통계 사전 제공을 요청할 때도 절차는 까다롭다. ‘경제통계규정 시행절차’ 제3장에 따라 공문 요청이 있어야 하고, 통계자료제공심의회가 시급성·누설 위험성·목적 외 사용 가능성을 따져 사전 제공 여부를 판단한다. 통계 제공이 결정돼도 공표예정일 전날 낮 12시 이후로 제한되며, 금융시장 등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공표예정일 전날 오후 3시 30분 이후로 더 엄격히 조정된다.

한은 관계자는 “통계는 공공재여서 모든 이용자에게 동시에 공개하는 게 원칙이다. 누군가에게 미리 알려주면 여러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법도 엄격하고, 내부적으로도 엄격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는 흔히 ‘과거의 숫자’라고 부른다. 1분기 GDP 속보치는 4월이 넘어 발표되고, 잠정치는 6월 초께나 나온다. 반면 ‘미래의 숫자’인 경제전망은 2·5·8·11월 네 차례에 걸쳐 분기별, 연간 전망치를 발표한다. 향후 경제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은 ‘미래의 숫자’만큼이나 ‘과거의 숫자’가 중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말부터 대내외 불확실성이 거세다. 대내적으로는 비상계엄부터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리스크가 이어졌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정책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경제가 휘청거렸다.

앞으로도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내적으로 새 정부가 출범 이후 어떤 정책을 펼칠지 미지수이고, 대외적으로도 미국의 행보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경제 상황을 “갑자기 어두운 터널에 들어선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경제전망이 안개 속을 비추는 상향등이라면, 통계는 자동차 계기판과 같다. 전방을 비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행 중 차량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현실을 직시한 통계 분석이 있어야 비로소 얼마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달 29일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한다. 코로나 이후(2020년 연간 성장률 -0.7%) 이후 5년 만에 다시 성장률 0%대(기존 전망치 1.5%)를 마주할지가 관심사다. 대내·대외적으로 어느 부분 하나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 미래의 숫자를 내놔야 한다.

최근 한은의 경제전망과 실제 통계 간 격차가 자주 지적된다. 이를 단순히 ‘전망 실패’로만 해석해선 안 된다. 그만큼 대내외 경제 여건의 변화가 심했다는 방증이며, 동시에 한은의 통계가 중립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통계작성기관의 데이터가 조작되지 않았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최근 부동산통계 조작 사건 의혹으로 다시 한번 경각심을 일깨워준 바 있다.

한은의 경제진단은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지금은 안갯속 터널에서 상향등을 어느 방향으로 켜야 할 지 고민하는 것과 동시에 계기판이 가리키고 있는 체력 상태를 면밀히 점검해야 할 때다. 통계의 ‘정확성, 시의성, 일관성, 중립성’이 어느 때보다 제대로 지켜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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