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의 한 중학교에서 사망한 40대 교사 A씨가 생전 학생 가족들로부터 수차례 민원에 시달렸다는 게 알려지면서 2년 전 '서이초 사건' 이후에도 교사들이 악성 민원으로부터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사망한 교사 A씨는 3월부터 개인 휴대전화를 통해 학생 가족으로부터 민원성 연락을 여러 차례 받았다. 유족 측에 따르면 해당 교사는 중학교 3학년 반 담임을 맡아 한 학생에 대해 '학교를 열심히 나왔으면 좋겠다', '담배 줄였으면 좋겠다' 등 내용으로 생활 지도를 했다. 그런데 해당 학생의 가족은 교사 A씨에게 "(학생에게) 폭언을 했다", "교사 때문에 학교를 가기 싫어한다"라며 항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에서는 해당 사건이 2023년 7월 발생한 '서이초 사건' 때와 유사하다고 보고, 교권 보호를 위한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서이초 사건' 당시 사망한 교사는 학생 간 다툼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학부모 민원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고인은 지난해 2월 순직 인정을 받았다.
이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총은 이번 사건을 제2의 서이초 사건으로 보고 있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에 대한 학생 보호자 측의 지속적인 악성 민원이 빚은 비극”이라며 “서이초 사건 이후 마련된 학교민원대응 시스템에 허점은 없는지 제도 보완과 함께 교권 보호를 위한 후속 대책 마련도 주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학교 안에서 (악성 민원 등) 어려움이 발생하면 바로 학교 관리자에게 공유가 되고 학교 차원에서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데 지금은 개인의 책임으로 맡겨져 있다”며 “어려움을 겪는 교사가 있을 경우 교사의 연령이나 경력과 관계 없이 교장, 교감에게 보고 되고 학교와 교육청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이 학교 차원에서 민원을 대응하는 체계는 서이초 사건 이후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활동 보호 종합 지원방안'을 통해 이미 마련됐다. 그럼에도 해당 방안에 포함됐던 교사 개인 번호 유출을 막기 위한 안심번호 서비스 확대, 민원 대응팀 운영 등은 이번 사건에서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오는 2학기부터 학교 온라인 민원 시스템을 구축, 도입할 예정이다. 학교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교사와 상담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창구를 이용하도록 한다는 것인데, 이를 통해 민원이 교사에게 개인적으로 접수되는 일을 막겠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17개 시도교육청과 민원 체계를 점검하기로 했다”며 “경찰 수사 대응 상황을 지켜보고 원인도 함께 살펴보면서 대응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온라인 민원 시스템에 대해서는 “9월에 계획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보완이 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