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잿빛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둔화로 내수부진이 장기화한 데다 저출산·고령화까지 겹치면서 해법을 찾기 더 어려워지고 있다. 심지어 대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대까지 하향 조정했다. 이에 정부는 인구 감소가 내수 부진에 미치는 구조적인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내부 분석에 착수했다.
2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3월 재화 소비를 뜻하는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0.3%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과 설비투자 역시 전월 대비 각각 0.3%, 0.9% 줄었다.
한국은행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지표상으로도 민간 소비는 1분기 0.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설비투자는 2.1%, 건설 투자는 3.2% 줄었다. 내수 부진의 일차적 원인은 경기적 요인이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돼 기업들이 투자를 꺼린 탓이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재화와 서비스 소비가 급감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최근에는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 변화에 따른 구조적 요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대두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전체 인구가 줄고 고령 인구가 늘면서 소비 성향이 약화한 것이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국 인구는 2020년 5183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전환됐다. 2023년 기준 인구는 5133만 명으로 3년 만에 약 50만 명 줄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비중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20년 16.4%였던 고령 인구 비중은 지난해 20%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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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는 최근 인구 변화가 소비와 내수 침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분석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적 요인과 경기적 요인이 내수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고 이에 맞춘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내외 경기 상황 외에도 인구 감소, 고령화로 인한 구조적인 요인이 내수에 적지 않은 마이너스(-)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소비 제약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 변화에 따른 구조적 충격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30년 5131만 명으로 줄어든 뒤 2072년에는 1977년 수준인 3622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노동 소득을 기반으로 소비를 주도하는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19년 3763만 명을 정점으로 하락해 2030년에는 약 3440만 명, 2040년에는 3230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소비 성향이 낮은 고령 인구 비중은 2025년 20.3%에서 2050년 40.1%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저하와 내수 기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잠재성장률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노동 투입과 총요소생산성을 동시에 약화해 성장률과 소비 여력을 모두 제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기준 시나리오 기준으로 잠재성장률이 2025∼2030년에는 1.5%, 2031∼2040년에는 0.7%, 2041∼2050년에는 0.1%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2040년대 초중반 역성장 가능성도 제기됐다. 소비는 기본적으로 소득과 비례하기 때문에 잠재성장률 하락은 곧 구조적인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