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숙·노건호·이해찬·김경수·유시민 등 만나
“盧, 정치 보복 희생자…국민 통합 최우선 과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조기 대선을 약 열흘 가량 앞둔 23일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처음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를 맞아 봉하마을에서 진행된 이날 회동에는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친노·친문 인사들이 참석해 “검찰권 남용이 국민 간 혐오와 적대감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조승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이날 경남 김해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 진행된 이 후보와 권양숙 여사 등 내외의 오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이 후보의 노 전 대통령 묘역 방문 후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진행된 오찬에는 친노·친문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 사위 곽상언 의원, 우원식 국회의장,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김경수 전 경남지사, 조 수석대변인, 김영록 전남지사, 강기정 광주시장, 김관영 전북지사, 유시민 작가 등이 자리에 함께 했다.
조 대변인은 이날 오찬 자리에서 있었던 대화에 대해 “지난 3년 동안 대한민국의 여러 시스템이 무너져내렸고 이로 인해서 국민 감정,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혐오와 적대감이 키워져 이것을 극복하고 통합하는 게 가장 큰 과제이며 (여기에) 검찰권 남용이 매우 큰 역할 했다는 정도의 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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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기소 관련해 직접 얘기는 하지 않았다”며 “검찰권이 쪼개기 기소, 과잉 수사를 해서 심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고 이런 것들이 정치 보복이 아니겠나 정도의 대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4일 전주지검 형사3부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의 고발로 시작된 수사가 약 3년 5개월 만에 결론에 이른 결과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은 자리에서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날 오찬 후 사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는 대화하고 타협해 국민적 통합을 이끌어가는 것인데, 지금은 상대를 제거하고 적대해 국민을 분열시키는 양상으로 가고 있다”며 “그런 잘못된 움직임의 희생자 중 한 분이 노 전 대통령”이라고 전했다.
앞서 이 후보는 묘역 참배 전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노무현 인권변호사의 특강은 제 인생의 방향에 빛을 비춰줬다"며 "대통령이 되신 후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지만, 과감히 실행하셨던 정치개혁은 제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됐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이 언급했던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인용하며 정치철학 계승 의지를 드러냈다. 이 후보는 "평생에 걸쳐 기득권에 맞서고, 편견의 벽 앞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노무현의 꿈"이라며 "지역주의의 높은 산을 기어코 넘고, 특권과 반칙이라는 바위를 지나, 끝내 민주주의라는 바다를 향해 나아간 그 큰 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