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재 양성, ‘대만’에서 배워라 [노트북 너머]

입력 2025-05-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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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처음으로 대만에 다녀왔다. 대만의 첫 인상은 어두운 ‘회색 도시’였다. 먹구름으로 뒤덮힌 하늘 아래 빽빽한 무채색의 시멘트 건물들. ‘화려한 색을 칠하면 더 낫지 않았을까’생각하던 찰나, 여행 가이드가 말했다. “대만에서 페인트칠은 사치예요. 비가 많이 내려 칠해봤자 금세 벗겨지거든요.”

겉보기엔 낡았던 회색 건물들은 생각보다 단단했다. 시멘트와 대리석 품질이 좋고, 내진 설계가 철저해 수십 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는다고 했다. 화려하게 짓지만 정작 부실 공사 논란이 끊이질 않는 우리 건설 현실과는 대조됐다.

겉모습보다 내실에 신경을 쓰는 대만의 정신은 반도체 산업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외형보다 내실을 우선하는 전략이 산업의 체력을 다지고 있었던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 인재 양성이다. 대만 정부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24억 대만달러(약 1000억 원)를 인재 육성에 투입했다. 지난해에는 TSMC와 함께 전국 36개 고등학교에 정규 반도체 수업을 개설했고 교사 전문 교육도 병행 중이다. 한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취업할 때 꼭 반도체 관련 진로를 택하지 않아도 돼 학생들에게 자율성도 최대한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성과보다 기반 구축에 집중하는 장기 전략이다.

반면 한국은 아직도 반도체 인재 양성 문제에 있어 정책과 정치의 단기 성과 중심 주의에 몰두해 있다. 정부와 기업은 각각 세제 혜택, 보조금 지원,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 등의 정책이나 당장 성과와 직결되는 문제에만 관심을 갖는다. 고등학교·대학·연구기관에 이르는 인재 생태계 구축은 뒷전이다.

여러 대학교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기업과 취업을 연계한 계약학과를 운영 중이지만 의대 선호 현상 등에 미달되기 일쑤다. 계약학과 제도 자체가 학교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결과는 ‘두뇌 유출’이다. 2030년까지 필요한 반도체 인력은 약 30만 명에 달하지만 현재 인재 양성 속도로는 7만7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단기적 성과도 중요하다. 그러나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람을 키우는 인프라가 절대적이다. 오늘날 TSMC 성장의 배경에는 인재력이 바탕이 됐다.

곧 새로운 대통령이 나온다. 이 와중에도 차기 대선 후보들의 반도체 산업 공약 디테일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만처럼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반도체 인재 양성 생태계를 만드는 게 급선무다. 부디 차기 정부에서는 대만의 건물들처럼 겉보다는 내실에 집중해 무너지지 않는 ‘K-반도체’의 진짜 내진 설계가 시작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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